제96화
윤시헌이 일어나 운전석으로 가더니, 서나빈의 손을 잡아 조수석으로 이끌었다.
검은 코트를 걸친 윤시헌이 분홍색 운전석에 앉았는데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심지어 좀 여성스러워 보였다.
“겁은 그렇게 많으면서 따라왔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었으면 저 진짜 과부 살이할 뻔했어요.”
그녀가 중얼거렸다.
윤시헌이 피식 웃었다.
“너 네 남편에 대해 정말 하나도 모르네.”
그가 놀리듯 말했다.
“그래도 저를 끌어당겼다고 해서 손을 못 쓰게 하면 안 되죠.”
조원혁의 일은 소정연이 일찌감치 윤시헌에게 알려 놨지만, 윤시헌은 아무 말이 없었다. 서나빈은 한동안 감정이 식으며 그가 냉혈한인 줄 알았다.
“그건 그거고, 내가 그렇게 멍청하게 화풀이하지는 않아.”
“그럼 왜요? 조원혁은 왜 고소도 안 했고요?”
“그놈이 공금 4억 원 넘게 횡령했거든. 손 좀 다치게 해서 두고두고 기억하게 하려고.”
그는 그런 이유를 내세웠다.
“...”
서나빈은 두어 초 멍해졌다.
결국 서나빈이 착각했다. 그가 자신 때문에 화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공금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면 정말 화풀이가 목적이었다면 그날 밤 일을 알자마자 이미 움직였을 것이다.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리 없었다.
게다가 4억은 작은 돈이 아니었다.
그녀는 고개를 비켜 창밖을 바라보며 그에게 등을 돌렸다.
속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윤시헌은 서나빈을 힐끗 보며, 그녀가 달라졌다고 느꼈다. 마치 자신을 걱정해 주는 듯했다.
그의 가슴에 파문이 살짝 번졌다.
차는 집으로 돌아왔다.
백연희가 이미 대표이사실의 옷을 가져다 놓았다.
서나빈은 그녀를 보며 필요할 때만 나타나고 필요 없을 때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도구 같다고 느꼈다.
“사모님과 대표님의 옷은 방에 두었습니다.”
“네, 고마워요.”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소파에 엎드려 애써 진정하려 했다.
방금 장면은 정말 아찔했다. 그녀는 정말 긴장했고 무서웠다.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말로 못 할 감정도 일렁였다.
그녀는 자신이 그의 생각을 조금은 신경 쓰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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