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그러자 스태프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도 이미 최고 출력입니다. 더 올리면 평생 장애가 남을 수도 있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도현이 얼굴을 새파랗게 굳힌 채 직접 다이얼을 끝까지 올렸다.
“상관없어. 이게 자기 죗값이야. 저런 년은 당해도 싸.”
전류가 내 머릿속을 그대로 관통했고 나는 몸을 웅크린 채 비틀어지다 다리 사이로 뜨거운 액체를 흘렸다.
수치심과 함께 새로운 기억이 대형 스크린에 떠올랐다.
쇠사슬이 목에 감긴 채, 좁고 어두운 방 한가운데 개처럼 묶여 있는 나.
두 명의 먄마 남자가 나를 마구 때리며 밖에 있는 손님들과 술을 마시라고 강요했다.
내가 버티자 놈들은 책을 몇 권 가져와 내 몸 위에 올려두고 그 위로 주먹을 꽂아 넣었다.
그때 관중석에서 누군가 탄성을 질렀다.
“저렇게 때리면 겉에 멍은 덜 들고 맞는 사람은 더 아프지.”
옆 사람이 낮게 말했다.
“윤소정도 딱 봐도 피해자야. 인신매매범이랑 한패는 아니겠지.”
바로 반박이 날아왔다.
“아까도 일부러 불쌍한 기억만 골라 틀었잖아. 이것도 동정심을 끌어내려고 보여 주는 거지 뭐.”
소도현은 눈이 핏빛으로 물든 채 내 목을 움켜쥐었다.
“이 꼴이 돼도 아직도 진실을 안 말하겠다고? 이런 기억 보여 주면 내가 마음 약해질 거라 생각해? 꿈 깨. 너 같은 악독한 년은 동정받을 자격이 없어.”
그때 화면이 또 한 번 휘청이며 바뀌었다.
이번에는 내가 중요한 곳만 겨우 가린 야한 옷을 입고 거울 앞에서 화장을 덧바르는 장면이 떠올랐다.
관중석이 즉시 들끓었다.
“거 봐, 역시 불쌍한 척 쇼했네.”
“몇 대 맞고 나더니 바로 몸 팔 준비하잖아.”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고 기억도 그 움직임을 따라 다시 전환되었다.
소하린이 몇 명의 건장한 남자에게 깔려 있었다.
온몸에는 멍이 퍼져 있고, 목이 찢어질 듯 울부짖고 있었다.
선두에 서 있던 남자가 소하린의 입을 틀어막고 비웃는 눈으로 나를 봤다.
“나는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해.”
“얘는 몸이 망가져서 장사에 못 써.”
“그러니까 네가 이 년 몫까지 벌어 오든지, 아니면 개밥으로 주든지 골라.”
나는 소하린을 덮치듯 껴안고 울부짖었다.
“제발 의사 좀 불러요. 제가 일해서 번 돈으로 약값, 병원비 전부 갚을게요. 얼마가 들든 다 갚을게요.”
이후 기억은 쉼 없이 빠르게 넘어갔다.
손님들의 변태적인 요구를 다 들어주면서,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구역질을 억눌렀다.
일이 끝나면 멍든 몸을 이끌고 사장 앞에 서서 손을 모으고 빌었다.
“하린이 약만이라도 좋은 걸로 써 줘요.”
관중석이 또 한 번 술렁였다.
“봐, 누가 봐도 자기 몸 팔아서 하린이 살리려 한 거잖아.”
“이런 애를 어떻게 죄인이라고 해?”
“소씨 가문이 지금 하는 짓은 은인을 잡아 죽이는 거야.”
손미향은 비명을 지르며 내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거짓말이야! 전부 다 연기야!”
“정말 우리 하린이를 생각했다면 어떻게 인신매매범을 끝까지 감싸!”
“정신 멀쩡한 사람이면 저런 꼴을 당하고도 이렇게 멀쩡할 리가 없어!”
관중석이 다시 불이 붙었다.
“저런 배은망덕한 년은 지옥에 떨어져야 해!”
“저년이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죄야!”
소도현의 얼굴은 잿빛으로 굳어 있었고 두 눈은 스크린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마침내 소도현이 거의 미친 사람처럼 나를 향해 소리쳤다.
“도대체 누구야!”
“누가 그렇게 대단해서, 너를 시켜 나랑 하린이를 배신하게 만들고, 목숨까지 걸면서 감싸게 한 거야. 나는 네게 모든 걸 다 줬는데! 차라리 식물인간이 됐어야 할 사람은 하린이가 아니라 너야!”
소도현은 눈물을 손등으로 훔쳐내고 의사와 스태프를 향해 소리쳤다.
“출력을 더 올려. 멈추지 마. 오늘 진실을 못 밝히면 여기서 절대 끝 안 낼 거야.”
스태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 대표님, 윤소정 씨의 몸은 이미 한계입니다. 이 상태로 계속하면 뇌사에 빠질 수 있습니다.”
소도현은 차갑게 눈을 가늘게 뜨더니 또 다른 추출기 바늘을 집어 들어 피범벅이 된 내 뒤통수에 꽂아 넣었다.
“저년은 인신매매범이랑 한패야. 죽어도 싸.”
기억 추출기에서 날카로운 윙 소리가 터져 나왔고, 내 몸은 감전된 것처럼 격렬히 떨렸다.
그리고 스크린 속 기억이 또 한 번 크게 출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