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구진성은 화장실에서 나와 생각에 잠겼다.
주민아가 문자로 심가연이 지하실에 얌전히 있고 저항 한번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이 가장 불안한 부분이었다.
그때 폐공장 지하실에서 그녀를 구해내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구진성은 그녀가 얼마나 두려움에 떨고 있을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화장실에 다녀온 후 구진성이 더 안절부절못하자 도은아의 두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도은아는 일부러 걱정하는 척 잔을 건네면서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
“오빠...”
반응이 없어 팔을 흔들고 나서야 구진성은 정신을 차렸다.
“오빠, 무슨 일 있어요?”
구진성은 의심 없이 잔을 받아 한 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저었다.
“경매 시작됐어.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다 사.”
목소리는 덤덤했지만 시선은 여전히 핸드폰에 머물렀다.
도은아의 가슴속에 원망이 솟아올랐으나 미소를 잃지 않았다.
“고마워요, 오빠.”
도은아가 신난 얼굴로 물건을 낙찰받을 때 구진성은 잠시 고민하다 진민수의 채팅창을 열어 문자를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민수가 답장을 보냈다.
[폐소공포증이야. 과거에 실어증 같은 심각한 반응을 일으켰다면 비슷한 환경에 다시 노출됐을 때 증상이 재발하거나 악화될 수 있어.]
문자를 본 구진성은 더욱 안절부절못했다.
도무지 경매에 집중할 수가 없었고 머릿속은 온통 심가연의 텅 빈 눈동자로 가득했다.
진민수가 또 문자를 보냈다.
[심각하면 급성 불안 발작도 일으킬 수 있어. 공황, 질식감, 죽음에 가까운 느낌이 들고 해리 증상으로 현실감을 상실하거나 몸에 마비가 올 수도 있어.]
구진성은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경매장 안의 인사들이 의아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주먹을 꽉 쥐고 놀란 표정의 도은아를 내려다보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마음에 드는 거 다 사.”
도은아의 만류에도 구진성은 경매장을 성큼성큼 나갔다.
차 안.
구진성이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호흡이 거칠어졌고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뭔가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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