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만약 미리 도은아의 뛰어난 연기력을 직접 목격하지 못했더라면 심가연은 방금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그 사과가 진심이라고 자신조차도 착각했을지 모른다.
아직 말 한마디 꺼내지도 못한 그녀를 향해, 핸드폰 너머로 다시 도은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지만 심가연 씨, 이건 전부 이규민 씨의 잘못만은 아니잖아요? 어젯밤 내내같이 앉아 있었잖아요. 저는 솔직히 심가연 씨도 그쪽에 관심 있는 줄 알았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구진성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심가연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쏘아붙였다.
“도은아 씨, 거짓말을 저렇게 자연스럽게 하는 능력은 정말 감탄스럽네요. 연기는 그쯤 하시죠.”
짧은 정적이 흘렀고 곧이어 도은아의 목소리에 울음기가 묻어나기 시작했다.
“진성 오빠, 나 정말 그런 의도 아니었어. 그냥 심가연 씨가 새로운 사람들도 좀 만나고, 친해졌으면 해서 그런 거였는데...”
“앞으로 그런 멍청한 짓 하지 마.”
구진성은 냉정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딱 한 마디를 내뱉은 뒤,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차 안은 순식간에 기묘한 긴장감으로 얼어붙었다. 심가연은 얼떨떨한 얼굴로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설마 그가 도은아의 전화를 그렇게 냉정하게 끊을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휴대폰은 계속 진동을 울리며 수신을 알렸지만 구진성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화면을 몇 번 쓱 훑어보더니 이내 전원을 꺼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차는 별장 앞에 도착했다. 소현우가 차 문을 열고 그를 부축하려 했지만 구진성은 손을 들어 그를 말렸다.
“넌 먼저 돌아가 정우그룹 계약 건부터 정리해.”
명령처럼 떨어진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구진성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을 심가연에게 기대었다.
상황을 단번에 눈치챈 소현우는 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피했고 심가연이 급히 그를 불러세우려 몸을 돌렸을 땐 이미 차는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방까지 좀 데려다줘요.”
구진성은 무게를 완전히 그녀에게 실은 채, 힘없는 목소리로 툭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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