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화

구진성의 손끝이 잠시 멈칫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심가연은 그를 힘껏 밀쳐냈다. 곧바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그녀는 헝클어진 머리를 허겁지겁 손질하며 가빠진 호흡을 애써 가다듬었다. 그때, 문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에 심가연은 짧고 깊게 숨을 들이켠 뒤, 단호한 걸음으로 문 앞으로 다가가 단호하게 문을 활짝 열었다. 문 앞에 서 있던 도은아의 눈빛이 순간 싸늘하게 식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날카롭게 내뱉은 그녀의 목소리에는 의심과 적개심이 고스란히 실려 있었고 눈동자는 바쁘게 심가연의 온몸을 훑고 있었다. 마치 그녀의 흔적이라도 찾겠다는 듯, 날 선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심가연은 억지로 담담한 표정을 유지한 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 “대표님이 술에 많이 취하셔서요. 방까지 모셔다드린 것뿐이에요.” 그러나 도은아는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다가 갑자기 심가연을 밀쳐내고 성큼성큼 방 안으로 들어섰다. 침대 위에는 아직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구진성이 누워 있었다. 셔츠는 다소 구겨져 있었으나 대체로 단정한 상태였고 그는 흐릿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본 채 이마를 짚고 있었다. 술기운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듯, 눈빛은 여전히 흐려져 있었다. “진성 오빠, 괜찮아?” 도은아는 어느새 상냥한 얼굴로 바뀐 채 다급히 침대로 다가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는 구진성의 몸 여기저기를 집요하게 살피고 있었다고 심가연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야, 그녀는 다시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콩나물국 좀 끓여 와요.” 구진성의 손을 꼭 붙잡은 채 앉아 있는 도은아의 모습을 바라보며 심가연의 가슴 한편이 알 수 없는 저릿함으로 서늘하게 저미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조용히 방에서 빠져나왔다. 주방 안. 세수를 간단히 마친 심가연은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채 가스레인지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타오르는 불꽃 아래 그녀의 표정은 공허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줄곧, 구진성이 자신과 헤어진 직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