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화

심가연은 반사적으로 구진성을 밀어냈다. 고개를 푹 숙이자 심장이 목울대까지 치솟았다. “도은아 씨, 오해예요.” 숨이 가빠 떨림이 먼저 새어 나왔다. “구진성 씨는... 그냥 재호 얘기만 물으셨어요.” 도은아는 짧게 코웃음을 치며 두 사람을 번갈아 훑었다. 오늘은 약혼을 공식 발표하는 날이었다. 지금 한 번 삐끗하면 곧장 자신에게 화살이 돌아올 터였다. 심가연에 대한 정보는 이미 충분히 쥐고 있었다. 구재호와 유이에 얽힌 내막도 증거는 부족했지만 의심하기엔 모자라지 않았다. 몰락한 집안의 딸이자 사랑받지 못하는 아내, 그럼에도 심가연은 여전히 구진성 마음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여자를 완전히 지우려면 무엇보다 먼저 구진성을 자기 곁에 묶어 둬야 했다. 도은아는 끝내 눈가를 붉히며 구진성을 올려다봤다. 목소리는 억울함이 섞여 떨렸다. “손님들은 벌써 다 모였어요. 할아버지도 연회장에서 기다리세요. 우리 내려가요.” 구진성의 얼굴은 굳어 있었지만 시선만은 심가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숙인 눈매 사이에서 무엇이라도 읽어내려는 듯했다. “먼저 내려가.” 짧고 낮은 반말이었다. “금방 갈게.” 도은아는 입술을 세게 깨물고 미련 섞인 눈길을 심가연에게 날카롭게 던졌다. “오빠, 믿어요. 오늘 저를 웃음거리로 만들진 않겠죠.” 문이 닫히자 휴게실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심가연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제 연회장에 가야 해요.” 곧 도은아와 약혼을 발표해야 한다는 사실에 숨이 막혀 말도 더 짧아졌다. 구진성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손이 뻗어 와 턱을 받치더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정말... 다른 여자와 약혼하는 걸 눈앞에서 보고도 괜찮다는 거야?” 한 달 넘게 눌러 둔 감정이 그 말 끝에서 터져 나왔다. 심가연의 눈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렇게 말하지 마요. 저랑 구진성 씨는 그냥 고용인과 고용주의 사이예요. 진성 씨가 누구와 약혼하든... 저와는 상관없어요.” 입술은 그렇게 움직였지만 속은 이미 찢겨 나가고 있었다. 지금 당장 사실을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