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화

임준석의 눈빛은 속을 꿰뚫는 듯했고, 심가연은 불안에 고개를 숙였다. “가연아, 넌 아직 임씨 가문 며느리야. 집안 체면 구기는 일은 하지 마.” 말끝엔 냉기만 흘렀다. 눈길 어디에도 온기는 없었다. 목까지 차오른 변명은 끝내 삼켰다. “알겠어. 안 그럴게.” 임준석이 힐끗 쳐다보고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말로만 하지 말고 지켜. 못 지키면 그 자린 끝이야.” 별장에 돌아오자마자 심가연은 곧장 방으로 들어가 몸을 눕혔다. 오늘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었다. 하지만 곁에 구재호도 유이도 없으니 오히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임준석이 무심하던 날은 많았어도, 오늘처럼 노골적으로 각을 세운 적은 드물었다. 혹시 뭔가 눈치챘나... 구진성이 구씨 가문에 받아들여지기 전, 한동안 심씨 가문에서 경호원으로 일했다는 건 새삼스러운 비밀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호텔에 왜 있었는지, ‘여행’은 어떻게 된 건지 임준석은 단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그 침묵이 오히려 더 섬뜩했다. 불 꺼진 천장을 오래 바라보다, 심가연은 눈을 감았다. ‘조금만 더 버티면 돼. 곧 이 상황도 끝날 거야...’ 다음 날 아침, 식탁에는 이미 임준석이 앉아 있었다. 가사도우미가 서둘러 접시를 내려놓았다. “오늘 뭐 해?” 임준석이 휴대폰으로 뉴스를 넘기며 물었다. “친구 만나서 쇼핑 좀 하려고.” 심가연은 시선을 내리며 담담히 둘러댔다. 임준석의 입매가 비틀렸다. “별일 아니면 취소해. 오늘 본가 가자.” 두 사람의 결혼은 껍데기일 뿐이었다. 명절 같은 때가 아니면 본가에 함께 간 적도 거의 없었다. 특히 시어머니 김미정은 늘 못마땅해했다. ‘격이 안 맞는다’는 말부터, 아이가 없다는 이유까지. 심가연의 눈길이 차가워졌다. “무슨 일 있어?” “아니. 부모님이 밥 먹자고 하셨어.” 그 말이 더 낯설었다. 평소라면 임준석만 부르는 자리였다. 심가연이 침묵하자, 임준석이 고개를 들었다. “가기 싫어?” “그럴 리가. 다만... 어머님이 날 안 좋아하시잖아. 괜히 따라가면 기분만 상하실까 봐.”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