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화
구진성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느긋하게 몸을 돌려 걸어 나갔다.
심가연은 손끝이 떨린 채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굳어 섰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때 임준석이 차갑게 팔을 거두며 그녀의 허리를 떼어냈다.
“제발 네 위치 좀 지켜. 다시는 다른 남자랑 얽히는 꼴 보고 싶지 않아.”
말투는 담담했지만 경고의 기운이 짙게 배어 있었다.
심가연은 놀란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평소 같으면 꾹 참고 넘어갔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눌러 왔던 울분이 더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차올랐다.
“위치? 내가 이 집에서 어떤 취급 받는지 네가 제일 잘 알잖아.”
예상치 못한 반박에 임준석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무슨 소리야.”
심가연은 숨을 고르며 치밀어 오르는 화를 눌렀다.
“조금 전 어머님이 억지로 한약을 먹일 때, 왜 모른 척했어? 단 한마디도 안 했잖아.”
임준석은 비웃듯 짧게 웃었다.
“내가 왜 그래야 해? 결혼한 지 2년이나 됐는데 아직 아이도 없으니 어머니가 손주 보고 싶어 하시는 게 당연하잖아.”
숨이 턱 막혔다. 늘 영리하다고 생각했던 그가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한 말을 태연히 내뱉을 수 있을까.
“아이? 내가 왜 임신 못했는지 네가 제일 잘 알잖아. 2년 동안 우리, 남들 앞에서만 부부였지. 내가 혼자서 어떻게 아이를 가져?”
차갑게 내뱉은 말과 함께 그녀는 등을 돌려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
김미정이 노골적으로 미워하는 것도 익숙했다. 하지만 방금처럼 억지로 약을 삼킨 자신이 더 모욕적이었다. 구진성에게 정체가 들킬까 두려워 거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분했다.
그녀가 떠나려 하자, 임준석이 손목을 움켜쥐어 억지로 끌어당겼다.
“뭐야, 아이 낳고 싶어? 그렇다면 오늘 밤 내가 만들어줄 수도 있지.”
갑작스러운 말에 심가연의 눈에 두려움이 스쳤다. 그녀는 힘껏 손을 뿌리치며 날카롭게 쏘았다.
“임준석! 제발 정신 좀 차려.”
그녀는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 정원을 벗어났다.
별장으로 돌아온 심가연은 대충 변명을 둘러대고는 곧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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