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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심가연은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톱이 거의 손바닥에 파고들 정도로 옷깃을 꽉 움켜쥔 채 임준석을 노려봤다. 그런데 임준석의 눈에는 심가연의 그런 모습이 오히려 굴복처럼 보였다. 임준석은 갑자기 돌아서더니 탁자 위에서 서류 하나를 집어 들고 심가연의 앞에 내밀었다. “선택은 둘 중 하나야. 이혼 합의서에 도장을 찍든가, 아니면...” 임준석은 갑자기 몸을 기울여 다가왔고 놀란 심가연은 연신 뒷걸음질 쳤다. 임준석이 눈을 가늘게 뜨고 거친 숨을 들이키자 표정은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침대 위에서 날 기분 좋게 모시기만 하면 넌 계속 임씨 가문 부인으로 있을 수 있어.” 심가연은 놀란 눈으로 임준석을 올려다봤다. 예전에는 젠틀했던 임준석이 이제는 완전히 인간 가죽을 뒤집어쓴 짐승 같았다. 그런 말이 임준석의 입에서 나오다니 심가연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심가연이 끝내 입을 열지 않자 임준석은 주먹을 움켜쥐며 다시 심가연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대비하고 있었던 심가연은 임준석이 덮치기 전에 힘껏 임준석의 가슴팍을 밀쳐내고 곧장 현관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오늘 집에서 나가면 다시 돌아올 생각조차 하지 마!” 임준석의 분노가 가득한 고함이 심가연의 뒤에서 울려 퍼졌다. 멀리 달려간 후, 심가연은 맨발로 가로등 기둥에 기대어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심가연을 바라보자 심가연은 서둘러 찢어진 옷깃을 붙잡고 발걸음을 옮겼다. 밤바람은 뼛속까지 차가웠지만 심가연의 몸을 떨게 한 건 추위가 아니라 심가연의 온몸을 집어삼킬 듯한 굴욕과 분노였다. 방금 너무 급하게 나온 탓에 심가연은 짐은커녕 신발조차 챙기지 못했다. 휴대폰은 주머니에 있었지만 심가연은 누구에게 전화를 걸어야 할지조차 몰랐다. 예전의 친구들은 심씨 가문이 몰락한 후 다들 멀리 도망갔고 친정은 심가연의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단 한 번도 심가연의 피난처가 되어주지 않았다. 한참 거리를 걷던 심가연은 붉어진 눈으로 고개를 들어 가로등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입술에 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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