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87화

구진성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심가연을 바라봤다. 심가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마침내 속내를 꺼냈다. “구진성 씨는 왜 임씨 가문 별장 근처에 있었던 거예요?” 구진성의 눈빛이 순간 스치듯 흔들렸지만 곧 담담하게 대답했다. “업무 때문이에요.” 구진성은 무심하게 말을 이어갔다. “임준석이랑 협력 건으로 만났어요.” 심가연은 구진성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잠시 후 시선을 떨구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렇군요...” 그러고는 이내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쨌든 고마워요. 잠시라도 머물 곳을 마련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심가연 눈빛 속의 무력함을 읽어낸 구진성은 인상을 굳게 찌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 사실 구진성은 차라리 비꼬아주고 싶었다. 이 바닥에서 굴러먹은 게 몇 년인데 단지 심씨 가문의 자금줄이 꼬였다는 이유만으로 지금은 친구 하나 없는 신세라니, 너무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선 구진성은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차갑게 굳은 얼굴을 했다. 평소 방지영은 사교계 부인들과 어울려 다니길 좋아했다. 심가연은 그래도 임준석의 아내로 2년이나 살았는데 그동안 임준석 부인이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도 사교계 여사들 몇 명쯤은 알고 지낼 수 있었을 텐데 현실은 그런 것 같지 않았다. “참 한심하게도 살았네.” 차에 앉은 임준석은 저도 모르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런데도 가슴은 만 마리 개미에게 갉아 먹히듯,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 쓰라렸다. 한편, 아파트 안에서 심가연은 먼저 구진성의 집을 둘러봤다. 놀랍게도 이 아파트 안에는 생활 흔적이 가득했다. 창가 선인장은 싱싱했고 욕실의 치약은 반쯤 쓰여 있었으며 주방에는 요리했던 흔적까지 남아 있었다. 방 안에서 여성의 흔적만 발견되었더라면 심가연은 여기가 구진성이 비밀리에 애인을 숨겨둔 비밀 장소라도 되는 줄 알 뻔했다. 구씨 가문 별장이 그렇게 넓은데 구진성은 왜 굳이 이 아파트에 머물렀을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발코니 밖 풍경을 바라보며 심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