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뭘 그렇게 오지랖이에요? 제발 쓸데없는 참견 좀 하지 마세요.”
심가연은 시트를 붙잡은 채 초조하게 구진성을 바라봤다.
“성한 그룹은 이미 끝났어요. 심국종 같은 협력사랑 손잡을 만해요? 구진성 씨가 언제부터 그렇게 입이 짧아졌어요? 차라리 그 돈을 전부 바다에 던져 상어 밥이나 줘요.”
구진성이 심국종에게 무려 2조 원을 빌려줄 생각을 했다는 게 떠오르자 심가연은 분통이 터졌다.
“전 구진성 씨가 네가 돈은 많고 머리는 텅 빈 바보였다는 걸 몰랐네요. 심국종은 그냥 밑 빠진 독이에요. 그런데 그런 구제 불능의 인간을 돕겠다고요?”
심가연의 쏟아내는 말이 끝나자 구진성은 갑자기 차를 길가에 세우더니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심가연을 바라봤다.
그제야 심가연은 자기가 그 2조 원 얘기를 이미 알고 있다는 걸 들킬까 봐 입술을 꼭 다물며 화를 억눌렀다.
“구진성 씨는 제가 생각한 정도로 멍청한 사람 같지는 않아요. 성한 그룹은 애초에 투자할 가치도 없어요.”
자세를 고쳐 앉은 심가연이 최대한 차분한 척하자 구진성은 그윽한 눈빛으로 심가연을 오래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2년 못 본 사이, 연기력이 꽤 늘었네요.”
눈이 동그래진 심가연은 눈을 깜빡이며 구진성을 쳐다봤다.
“그게 무슨 뜻이죠?”
“별장에서 지낸 두 달 동안, 꽤 잘 연기했잖아요. 심지어 이제는 대놓고 전 상사까지 욕할 줄 알고요.”
심가연은 황급히 입술을 꾹 다물고 시선을 돌렸다.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래요. 그땐 제가 구진성 씨 집 가정부처럼 월급 받고 있었으니까 입 다물었던 거고 지금은 고용 관계도 아니니까 할 말을 다 하는 거죠.”
눈빛에 묘하게 부드러운 기운이 섞여 있는 구진성은 그 말에 또 피식 웃으며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잘됐네요.”
2년 동안 심가연이 온갖 풍파에 휩쓸리며 또다시 짓밟힌 인형처럼 변했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동안 다 연기였던 것이었다.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심가연은 구진성을 흘끗 본 뒤 다시 설득을 이어갔다.
“성한 그룹은 이제 상업적 가치가 없어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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