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화

잠시 뜸을 들이던 심가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차 문을 열었다. 오늘 심씨 가문 저택에 돌아온 건 단순히 구경하러 온 게 아니었다. 안에 있는 세 마리 흡혈귀가 쉽게 넘어가 줄 리 없으니 오히려 구진성이 곁에 있는 게 조금은 든든했다. 하지만 심가연이 거실에 발을 들이자마자 기다린 듯 날아온 건 묵직한 따귀였다. 찰싹! 심가연의 고개가 옆으로 휘청이고 뺨은 불에 덴 듯 뜨겁게 아팠다. 심가연이 고개를 들자 눈앞에 심국종의 일그러진 얼굴이 가까이 있었다. “이 배은망덕한 년! 임준석이 투자를 철회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 성한 그룹은 이제 끝장이야, 다 끝났다고!” 심국종은 절망 섞인 분노로 포효했다. “당장 그 자식에게 가서 빌어. 네가 감히 이혼이라도 한다면 내 손으로 네 다리를 꺾어버리겠어.” 심가연은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차갑게 심국종을 노려봤다. “내가 왜 당신 말에 따라야 하죠?” 심국종의 눈이 벌겋게 충혈됐다. “너 때문에 내가 투자한 2조 원이 전부 물거품이 됐어. 정말 성한 그룹이 파산하는 꼴을 보고 싶어?” 심가연은 피식 비웃으며 날카로운 눈빛을 보였다. “2조 원이요? 당신이 어디서 그런 돈을 구했는데요?” 순간 말문이 막힌 심국종은 곧바로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그건 네가 알 바 아니야. 어쨌든 넌 당장 임준석에게 가서 협력을 되찾아와야 해.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뭐요?” 심가연은 심국종의 말을 잘라내며 비웃었다. “날 집에서 쫓아내고 딸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거죠? 심국종, 당신이 저지른 짓을 생각하기나 했어요? 내가 아직도 당신을 아빠라 부를 거라고 착각해요?” “뭐라고?” 심가연의 날 선 눈빛에 심국종은 잠시 주춤했다. 심가연은 성큼 다가서며 분노로 치를 떨었다. “당신 2조 원이 어디서 온 돈인지는 당신이 가장 잘 알겠죠. 당신 눈에 내가 진짜 딸인 적이 있기나 해요? 언제까지 날 쥐어짜고 싶은 거예요?” 그 말에 심국종은 두어 걸음 뒷걸음질 치다가 소파에 거의 주저앉을 뻔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