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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그녀는 몸을 돌려 별장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아버지 정해성, 어머니 한지민, 그리고 그녀의 이복동생 정하나가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정해성은 그녀의 술 냄새 나고, 옷차림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고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너 또 어디 가서 방정맞게 놀다 온 거야? 이렇게 늦게 돌아오다니! 옷차림은 또 왜 이렇게 야해! 꼴이 그게 뭐야!” 그와 말 섞을 생각이 없었던 정다은은 곧바로 계단 쪽으로 향했다. “전 이미 결혼 안 하기로 했어요. 어디를 가든, 뭘 입든 제 자유예요.” 그때, 정하나가 일어서서 그녀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거의 알아차릴 수 없는 희미한 기쁨을 얼굴에 띠고 물었다. “언니, 아빠 말로는... 언니가 약혼을 나한테 넘겨주기로 했다는데 사실이야?” 정다은은 그녀의 가식적인 모습을 보며 극도로 역겨웠다. “그래. 너한테 줬어. 어차피 너 남이 버린 거 줍는 거 좋아하잖아?” “정다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정해성이 분노하며 말했다. “현석이 같은 사윗감은 수많은 사람이 꿈꿔도 못 바라는 거야! 현석이와 혼인하는 것은 우리 정씨 집안의 조상님들이 하늘에서 도와주신 거야! 나는 이미 김씨 가문에 사람 바꿔 달라고 상의하러 갔어. 김씨 가문에서는 너보다 하나를 더 만족스러워해!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다은은 가볍게 웃으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저는 무슨 일이든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 그 말을 들은 한지민이 옆에서 비꼬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다은아, 아줌마 말 잘 들어. 넌 성격이 너무 거칠어서 문제야. 앞으로 김씨 가문과의 이 혼담이 없어지면 어느 가문에서 너를 데려가려고 하겠어...” 정다은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예쁜 두 눈에는 날카로움이 떠올랐다. “아줌마가 뭔데 저를 가르치려 들어요? 아줌마는 내연... 아니, 나이 많은 내연녀인데 딸이나 더 신경 쓰는 게 좋겠어요! 빼앗은 걸 제대로 잡고 있을 수 있는지 실력에 달려 있을 거예요! 괜히 이도 저도 아닌 꼴이 되지 말고요.” 그녀의 말을 들은 한지민은 표정이 여러 번 바뀌었다. 정해성은 또다시 화가 나서 잔소리를 하려 했다. 정다은은 더는 그들과 말 섞을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며 홱 돌아서서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정다은이 아직 잠들어 있을 때 김현석이 찾아왔다. 그는 여전히 차갑고 고귀하며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정다은을 보더니 첫마디를 내뱉었다. “반성문.” 문틀에 기대선 정다은은 잠옷이 느슨하게 흘러내려 가녀린 쇄골이 조금 드러냈다. 그녀는 나른하게 하품을 하며 말했다. “안 썼어요. 앞으로도 안 쓸 거고요.” 김현석의 얼굴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그는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 “정다은, 너는 언제쯤 말을 들을래?” “저는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생겼어요.” 그의 시선을 맞받아치는 정다은의 예쁜 눈동자에는 반항으로 가득했다. “말 들어요? 이번 생에는 절대 그럴 수 없어요. 누구에게도 간섭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너...”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를 때 정하나가 마침 다가왔다. 그녀는 차분한 색상의 드레스를 입고 단정하고 다소곳한 태도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현석 오빠, 언니를 꾸짖지 마세요.”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예쁜 필체로 쓴 편지 한 장을 김현석에게 건넸다. “언니가 어제 기분이 안 좋아서 클럽에 갔었나 봐요. 이 반성문은... 제가 언니 대신 썼어요. 이렇게 하면 되죠?” 김현석은 반성문을 받아 들고 훑어보았다. 다시 정다은을 바라보았을 때, 그의 눈빛에 담긴 실망감은 더욱 명확해졌다. “네 동생을 좀 봐. 둘 다 정씨 집안에서 자랐는데 어쩜 네 동생처럼 얌전하고 규칙적인 걸 좀 배우지 못하는 거야?” “됐어. 어젯밤 일은 이걸로 끝이야. 다시는 그러지 마. 옷 갈아입어. 곧 같이 참석해야 할 비즈니스 파티가 있어.” 정다은은 생각할 것도 없이 거절했다. “안 갈래요. 정하나 데리고 가세요. 걔가 더 김현석 씨 요구에 맞잖아요?” 김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정다은! 네가 내 약혼자야.” 이 한마디는 바늘처럼 예상치 못하게 그녀의 심장을 찔렀다. ‘이것 봐. 나와 결혼하려는 이유가 내가 아니면 안 돼서가 아니라 이미 약혼했기 때문이야. 김씨 가문은 약속을 어길 수 없으니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만약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아마 진작에 정하나를 선택했을 것이다. 이번 생에서는 자신이 그 소원을 성취해 주리라 마음먹었다. 정하나는 즉시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현석 오빠, 언니가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저... 제가 언니랑 같이 가면 어떨까요? 혹시 언니가 규칙을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제가 곁에서 알려줄 수도 있고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망설임 없이 정다은의 팔을 잡아끌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언니, 옷 고르는 거 도와줄게.” 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정다은은 그녀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지금 아무도 없는데 왜 계속 언니 동생 연기하는 거야?” 정하나의 얼굴에서 부드러움이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여전히 차분한 어조를 유지했다. “언니, 오해야. 나는 정말 언니랑 잘 지내고 싶어.” “잘 지내자고? 이번 생에는 절대 불가능해! 네가 죽지 않는 한! 아니, 네가 죽어도 난 네 무덤 앞에 춤추러 갈 거야. 네가 빨리 천당으로 가길 축하하면서 말이야. 네 늙은 내연녀 엄마도 같이 데려가면 더 좋고!” 정하나는 그녀의 직설적인 말에 표정이 굳어진 채 자기도 모르게 반격했다. “정다은!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내가 비위 맞추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알아? 미리 말하지만 현석 오빠가 신부가 나라는 걸 알게 되면 더 만족할 거야! 너처럼 배운 게 없는 애는 절대로 오빠에게 어울리지 않아!” “그래?” 정다은은 눈썹을 치켜들며 한 걸음 다가가 비꼬는 어조로 말했다. “그럼 아까 왜 바로 신부가 바뀌었다고 말 안 했어? 자신감 없어서, 김현석 씨가 알면 파혼할까 봐, 너를 원하지 않을까 봐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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