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아악.”
참지 못하고 비명을 내지른 임다영이 서둘러 입을 막고 테이블 아래로 숨어들어 두꺼운 식탁보로 몸을 가렸다.
소리를 들은 연시윤이 성큼성큼 로비로 나왔지만 아무도 없었다. 뒤따라 나온 백유리가 주변을 빙 둘러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무도 없는데요? 시윤 오빠, 다들 뒷마당에서 불꽃놀이 보는데 혹시 잘못 본 거 아니에요?”
연시윤이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
“그랬나 보다.”
백유리는 심장이 빨리 뛰는 게 너무 짜릿했다. 오늘 밤 연시윤도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다. 게다가 연시윤이 마시는 술에 약까지 탄 백유리는 일부러 핑계를 대며 연시윤을 이곳까지 데리고 나온 것이었다. 약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잘 버티기만 하면 두 사람의 관계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질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연시윤의 여자가 될 수 있다면 나도 연씨 가문의 안주인이 될 수 있어.’
백유리의 말투는 여전히 말캉했다.
“시윤 오빠, 오늘은 오빠 생일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만난 지 십 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해요.”
연시윤은 자리를 비우려다가 백유리의 말을 듣고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당연히 기억하지. 네가 아니었다면 난 진작 죽었을 거야. 그래도 결국 너를 이렇게 찾아내서 참 다행이야.”
“징표가 없었다면 우린 영영 만나지 못했을 거예요.”
백유리가 이렇게 말하며 목에 건 목걸이를 꺼냈다. 그러자 파란 조개가 달린 목걸이가 불빛 아래 눈부시게 빛났다.
테이블 밑에 숨은 임다영은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이 대화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0년 전 납치 사건? 그때 연시윤도 있었어?’
임다영은 무척 궁금했지만 두 사람은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백유리는 연시윤의 안색이 이상하다는 걸 알아채고 솟구쳐 올라오는 흥분을 애써 참으며 이렇게 관심했다.
“오빠,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니에요? 몸이 불편하죠? 내 방으로 가서 좀 쉬어요...”
연시윤의 팔을 꽉 잡은 임다영이 예약한 방으로 데려가려다 일부러 연시윤의 손을 자기 가슴에 올려놓았지만 연시윤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손을 빼더니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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