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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경매가 끝나고 사람들이 삼삼오오 현장을 떠났다. 진이한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얘기를 나누던 중에 송혜연이 민아진 곁으로 다가갔다. “민아진, 이제 좀 정신이 들어?” 송혜연이 목소리를 낮추고 오만하게 웃었다. “이한이 좋아하는 사람은 나야. 네가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이한은 네가 점점 더 싫어질 거라고.” 민아진은 그런 송혜연을 덤덤한 표정으로 물끄러미 쳐다봤다. “곧 네가 원하는 대로 될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송혜연이 미간을 찌푸리는데 민아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아악.” 갑작스러운 비명에 고개를 돌려보니 송혜연이 계단에서 구르는 게 보였다. “민아진.” 진이한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경매장을 가득 메웠다. 그러더니 성큼성큼 그쪽으로 걸어가 민아진을 힘껏 밀쳐냈다. 그 힘이 어찌나 센지 민아진은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벽에 부딪힐 뻔했다. “혜연이 뭘 잘못했다고 이래?” 진이한이 날카롭게 캐물으며 무섭게 노려봤다. “전에 너를 소홀히 대한 게 못마땅하면 나한테 화풀이해. 왜 혜연을 건드리고 그래.” 민아진은 차가운 벽에 기대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민 적이 없어.” “이한아...” 송혜연이 떨리는 손으로 진이한의 옷깃을 잡았다. “내가 발을 헛디뎌서 그런 거야... 아진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 “그런 말은 하지 않아도 돼.” 진이한이 민아진을 차갑게 쏘아보더니 허리를 숙여 송혜연을 번쩍 안아 들었다. “나는 너 상관 안 해. 알아서 집으로 돌아가.” 민아진은 그 자리에 서서 진이한이 송혜연을 안고 떠나는 장면을 지켜봤다. 마치 송혜연이 진귀한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슈트까지 송혜연에게 덮어주면서 말이다. 진이한은 늘 그랬다. 송혜연이 눈물을 보이면 잘못한 건 무조건 민아진 쪽이었다. 민아진은 주머니에 든 비행기 티켓을 만지작거렸다. 한 주만 지나면 모든 사랑과 아픔을 내려놓고 론디안으로 떠날 수 있다. 그러면 진이한도 더는 그녀를 부담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짐짝처럼 버려진 민아진은 곧 진이한이 원하던 대로 아무 흔적도 없이 그의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경매장은 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외진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차가 잘 잡히지 않아 민아진은 도보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는 고작 절반밖에 걷지 못했다. 차가운 빗물이 민아진의 머리와 옷을 적셨고 신발은 물이 가득 차서 걸을 때마다 칼날을 밟는 것처럼 너무 아팠다. 집에 도착했을 때 발 밑창은 이미 다 까져서 피가 났고 몸에 열이 나기 시작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약을 찾아 상처를 처리한 민아진은 그대로 잠이 들었다. 이튿날 아침, 민아진은 아래층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깼다. 내려가 보니 거실에는 송혜연의 짐이 가득 쌓여 있었다. 진이한의 목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 “혜연의 부모님이 외국으로 나가셨어. 여자 혼자 사는 건 위험하니까 여기서 며칠 지낼 거야. 너도 허튼수작 부릴 생각하지 말고 조심해.” 민아진이 핸드레일을 잡고 창백한 얼굴로 내려갔다. “그럴 생각 없어요.” 이제 허튼수작을 부릴 생각도, 진이한을 좋아할 생각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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