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0화
정찬수는 그 말을 듣자 막 마신 물을 그대로 뿜어냈다.
그는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할아버지, 서경에 오셨어요?”
수화기 너머에서는 나이를 들었지만 여전히 기운 넘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서경이 네 집이라도 되냐? 내가 오면 안 돼?”
“아니요, 그냥 너무 놀라서요.”
“놀라긴 뭘 놀라. 내 손주 중 너만 아직 장가 못 갔잖아. 네 엄마가 혹시 네가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닌지 매일 걱정하더라. 얼마 전엔 만약 네가 정말 남자를 좋아한다면 그것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까지 말하시더구나.”
정찬수는 또 한 번 피를 토할 뻔했다.
정말 포용력 넓은 엄마다운 생각이었다.
“네 형이 어젯밤에 집에 전화해서 너랑 송가빈 아가씨 이야기를 하더라. 네 엄마는 그 말을 듣고 밤새 입을 다물지 못했고 너무 기뻐서 네 아버지 입을 찢어놓을 뻔했다니까.”
“아버지는 괜찮으세요?”
“모르겠다. 내가 떠날 땐 반쯤 찢어져 있던 것 같은데 지금쯤이면 완전히 찢어졌을지도 모르지.”
정찬수는 할 말을 잃었다.
“괜찮아. 정말 안 되면 성형수술이라도 시키면 돼. 요즘 의료 미용 기술이 꽤 발전했더라. 입꼬리만 꿰매면 멀쩡해질 거야.”
정찬수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그가 송가빈을 좋아한다는 건 마음속 깊이 묻어둔 십 년이 넘은 비밀이었다.
혹여 그녀에게 폐를 끼칠까 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저 오랫동안 송가빈과 박동진이 다정하고 행복한 모습을 억지웃음으로 축하해 줄 뿐이었다.
기껏해야 참기 힘들 때 얄미운 말을 몇 마디 던진 정도였지만 송가빈은 그것을 자신을 싫어한다는 증거로 여겼다.
정찬수는 가끔 그녀가 요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는 늘 애태우기만 했으니까.
포기하려 한 적도 있었다. 스스로를 태평양 한가운데 하늘 높고 먼 외딴섬에 내몰아 세상과 단절된 채 살면 시간이 흐르며 잊힐 거라 믿었다. 그러나 귀국 후, 다시 그녀를 본 순간 알았다.
평생 잊지 못하리라는 걸.
그렇다면 빼앗기로 했다.
형제 같은 친구면 어떤가.
원수가 되면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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