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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정찬수가 덤덤하게 대꾸했다. “미안하지만, 가빈이 허락 없이는 한 글자도 말할 수 없어.” 이런 대답은 사실 박동진에게도 그리 뜻밖은 아니었다. 송가빈이 자신의 결혼까지 희생해 가며 목숨 걸고 지키려는 비밀이라면 보통의 비밀일 리 없으니까. 박동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네 말이 맞아. 내가 가빈이를 믿지 못했고 임수연과 바람도 피웠지. 지금 이 결과는 거의 전부 내 잘못이야. 그래서 가빈이가 지금 나와 거리를 두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어. 우리 한때 형제 같은 사이였잖아. 공정하게 경쟁하자. 진 사람이 더는 가빈이를 넘보지 말고 깨끗이 물러나는 거다. 어때?” “싫어.” 정찬수는 단칼에 거절했다. 박동진이 비웃었다. “공정하게 붙으면 날 도저히 이길 수 없을까 봐 겁나서 그래?” “송가빈은 오로지 내 것이어야 해.” 그 말끝에는 어딘가 음산한 기운이 서려 있었고 박동진도 잠시 얼어붙었다. “뭐라고?” 정찬수는 오히려 크게 웃었다. “내가 너희 둘 완전히 떼어놓으려고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무슨 공정 경쟁이야.” 박동진의 온몸을 싸늘한 한기가 훅 스쳤다. “공을 들였다니 무슨 뜻이야?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정찬수는 웃음을 머금은 채 짧게 내뱉었다. “노코멘트.” 송가빈은 서다인의 저택에서 꼬박 보름을 지냈다. 아마도 살아오며 가장 마음 편한 시간이었다. 남편과 바람난 여자를 걱정할 필요도, 상사의 닦달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 아침에는 알람 없이 자연스레 눈을 뜨고 정원사 할아버지와 담소를 나누며 장미 가지를 함께 다듬었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해가 지면 곧장 잠자리에 들었다. 몸과 마음이 편해지니 시간은 유난히 빠르게 흘렀다. 그렇게 보름이 지난 어느 날, 서다인이 찾아왔다. “가자. 공항까지 바래다줄게.” “공항이요?” “응. 찬수가 몇 번이고 신신당부했어. 내일이 숙려기간이 끝나는 날이니까, 꼭 안전하게 너를 공항까지 데려오라고.” 송가빈은 속으로 날짜를 세어 보았다. 정말 내일이 그날이었다. 처음 2주는 마음이 불안해 하루하루가 길게 느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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