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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끝없는 허무 속으로 가라앉는 듯한 기분이 그를 덮쳤다. 정찬수가 그 말을 했던 건, 아마도 10년 전. 둘 다 아직 대학생이던 때였다. ‘그때부터 이미 가빈이한테 마음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사실, 그보다 훨씬 더 일찍부터 그녀를 좋아했던 걸까...’ 그 순간, 더 끔찍한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다. ‘만약 정찬수가 오래전부터 송가빈을 좋아했고 바람을 피우라는 제안 역시 그의 계획이었다면 임수연, 그 여자도 그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식은땀이 박동진의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비행기가 착륙할 때 그의 얼굴빛은 잔뜩 굳어 있었다. 하준우가 먼저 내려 미리 준비해 둔 경호원들을 불렀고 박동진은 송가빈의 손목을 단단히 잡은 채 둘이 함께 차에 오를 때까지 놓지 않았다. 운전석에 앉은 하준우는 귀에 건 이어피스를 눌러 몇 마디 짧게 보고를 주고받았다. “지금 상황은?” 박동진이 물었다. “제가 보낸 사람들이 계속 공항 출구를 지키고 있었는데 정 대표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박동진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왜 호북시에 돌아가지 않은 거지? 내가 중간에 가빈이를 가로채서? 아니면 서다인을 만나서 다른 계획이 있었던 거야?’ “양유정 씨 실종된 거, 선영 씨하고 촬영팀 말고 또 누가 알고 있어?” “촬영감독과 얘기해 봤는데 양유정 씨가 여주인공이라 실종이 알려지면 촬영에 큰 타격이 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겐 일단 비밀로 하고 있고 아는 건 촬영감독과 제작진 그리고 선영 씨뿐입니다. 다른 배우들은 그대로 촬영 중입니다.” 박동진은 손끝으로 송가빈의 손등을 천천히 쓸었다. 손바닥에 박힌 굳은살이 까슬하게 피부를 스치자 송가빈은 불편한 기색으로 그 손을 빼냈다. “지금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야?” “양유정 씨 찾으러 가야지. 그 전에 우선 선영 씨부터 만나보고.” 송가빈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찾아봤자 소용없어. 유정이 혼자 떠난 걸 보면, 절대 돌아오지 않을 거야.” “그럼 촬영장 주변을 수색하게 하고 근처 CCTV도 전부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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