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2화
송가빈은 양유정이 혹시 두려움에 울고 있거나, 또다시 사람을 피하며 숨어버렸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그동안의 기억을 통째로 잃어버렸으리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
양유정은 툭툭 바지 먼지를 털어내며 성급히 말했다.
“내 중요한 일 방해하지 말고, 빨리 가라니까.”
박동진이 나직이 물었다.
“무슨 중요한 일?”
송가빈이 대신 답했다.
“우지호라는 남자를 기다린대.”
박동진의 미간이 좁혀졌다.
“누구?”
“고등학교 때 유정이 짝꿍이자, 좋아했던 사람이야.”
박동진은 수능을 마친 뒤 경영 쪽 길을 택해 사설 엘리트 경영대학원에 진학했고 송가빈과 양유정은 대학에 와서야 알게 된 사이였다.
같은 도시에 있었지만, 그가 아는 건 ‘가빈에게 양유정이라는 친한 룸메이트가 있다’는 정도였고 그녀의 사적인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거의 없었다.
특히 그 일이 있고 나서, 양유정은 결국 2년 동안 휴학했다. 가끔 안부를 물으면 송가빈은 “유정이가 아파서 휴학 중이야”라고만 말하곤 했다. 게다가 박동진은 원래 송가빈 외의 사람에게 관심을 크게 두지 않는 성격이라 굳이 룸메이트의 일까지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의 일들을 곱씹다 보니 문득 깨달았다. 양유정이 앓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송가빈과 우 교수의 그 호텔 사건 직후였다는 것을.
박동진이 다가가 송가빈의 손을 꼭 잡자 양유정이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설마 나까지 질투해요?”
박동진은 사실, 조금은 질투가 났다. 송가빈이 자신보다 양유정을 더 신경 쓰는 게 눈에 보였으니까. 그렇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어 대신 물었다.
“유정 씨가 기다리는 그 사람, 오늘 밤에 온대요?”
양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지호가 곧 외국으로 떠난댔어요. 그래서 오늘 밤 아홉 시에 체육관에서 만나기로 했어.”
“몇 시라고요?”
“아홉 시. 왜요?”
하지만 지금은 이미 아홉 시를 훌쩍 지나, 한밤중이었다.
그때 양유정의 시선이 송가빈 손목에 묶인 끈에 꽂혔다.
“우리 가빈이를 왜 묶어놨어요? 이렇게 하면 아프잖아요!”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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