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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서경시. 서다인은 실크 잠옷 차림으로 화장대 앞에 앉아 있었다. 막 전화를 끊은 그녀의 입에서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그 박동진이라는 사람도 참 웃기는 사람이야. 애초에 그냥 잘 살면 되지 왜 애인 같은 걸 만들어서는... 이제 와서 양심이 깨어났는지 미친개처럼 가빈 씨 뒤꽁무니만 쫓아다니질 않나.” 정찬혁은 금테 안경을 쓱 밀어 올리고 아내 뒤에 서서 드라이기를 들어 머리카락을 천천히 말려 주었다. “오해라고 그러던데.” “오해일 리가! 그 임수연이라는 여자랑 할 거 다 했으면서 뭐가 억울하대?” 정찬혁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그런 사적인 일들은 우리가 알 수가 없지.” 서다인은 코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아리따운 애인이 눈을 반짝이며 쳐다보는데 당신네 남자들이 그걸 안 건드리고 버틸 수 있겠어?” “박동진은 몰라도 난 버틸 수 있어.” 서다인은 손을 휘저으며 무심하게 말했다. “우리 둘은 어차피 정략결혼이잖아. 그러니 내 앞에서 사랑꾼인 척 연기하지 않아도 돼. 서로 피곤해.” 거울 속에서 차분히 로션을 바르는 그녀를 바라보며 정찬혁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정략결혼이긴 하지만 어쨌든 지금 당신은 내 아내야. 우리끼리 잘 살기만 하면 그만이지.” “응, 그건 나도 동의해. 밖에서는 겉으로만 사이좋게 지내면 나도 다른 의견 없어. 애인이 생겨도 난 간섭 안 할게. 당신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아예 데려와도 돼. 깨끗한 여자로.” 정찬혁은 그녀가 말한 ‘깨끗하다’라는 말의 뜻을 알아챘다. 둘의 결혼은 철저히 비즈니스였고 양가의 힘을 더 공고히 하려면 언젠가는 아이를 낳아야 했다. 그녀는 그가 밖에서 함부로 놀다 성병 같은 걸 묻혀 와 자신에게 옮길까 봐 그렇게 못을 박아 둔 것이다. “맞다.” 서다인이 갑자기 몸을 돌았다. “그럼 우리 시험관 할래? 간단하고 효율적이잖아. 한 번에 남녀 쌍둥이까지 낳으면 금상첨화고.” 정찬혁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 말인즉 아예 그와 부부 생활도 하기 싫다는 뜻이었다. “내가 만족 못 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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