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4화
트럭 안
송가빈은 호텔 세탁물 더미 속에 몸을 숨긴 채,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속삭였다.
“이제 안전한 거죠?”
하지만 대답이 없었다. 송가빈이 세탁물을 헤치고 몸을 빼내자, 정찬수는 이미 먼저 나와 옆에 걸터앉아 그녀를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땀에 흠뻑 젖은 송가빈은 뺨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털며 투덜거렸다.
“손 좀 잡아 줘요!”
정찬수는 두 손으로 그녀의 겨드랑이를 받쳐 번쩍 들어 올렸다가 살살 바닥에 내려놓았다.
송가빈은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대충 쓸어 넘기고 손부채질했다.
“이미 나와 있었으면 알려줬어야죠.”
그가 어디서 구했는지 차가운 생수병 하나를 건넸다.
“물 마실래?”
더위에 지쳐 입안이 바싹 말라 있던 그녀는 병을 받아 들자마자 꿀꺽꿀꺽 들이켰다. 얼음 같은 물이 속으로 내려가자 그제야 살 것 같았다.
세탁물을 실어 나르는 트럭에 소독약 냄새가 짙게 배어 있었지만 그래도 호텔에 갇혀 있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송가빈은 호텔 앞을 꼼짝하지 않고 지키고 있는 박동진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호텔을 빠져나왔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밤 검은 정장의 경호원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내일도 없으리란 보장은 없었고 박동진이 사람들만 다시 불러 모으면, 그땐 정말 한 발짝도 못 나갈 게 뻔했다.
그녀를 호텔에 딱 한 달만 묶어 두면 이혼 숙려 기간이 지나 이번 이혼 신청은 자동으로 무효가 되고 그 한 달의 숙려 기간도 허사가 된다.
송가빈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역시 정 변호사님은 박 대표를 잘 꿰뚫고 있네요. 첫 번째 린넨 카트는 분명 뒤질 거라고 생각해서 날 두 번째 트럭에 태워 숨긴 거죠?”
정찬수는 대꾸 없이 적재함 벽에 등을 기대앉았다. 한쪽 무릎을 세워 바닥을 짚고 다른 다리는 느긋하게 뻗은 채, 어슴푸레한 실내등 아래 땀에 젖은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조금 전, 둘이 린넨 더미 속에 숨어 있을 때 작은 사고가 하나 있었다.
호텔을 빠져나오려면 경사로를 내려와야 했는데 두 사람 무게가 더해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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