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4화
송가빈은 잠시 망설이다가 약지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정찬수의 손바닥 위에 살포시 놓여져 있었다.
정찬수는 엄지와 검지로 송가빈의 손가락 마디를 살살 매만졌다. 부드러우면서도 은은한 소유욕이 엿보이는 손길이었다.
송가빈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반지가 자신의 손가락에 비해 큰 사이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헐겁게 끼워져 있던 탓에 정찬수가 손끝으로 계속 감싸주지 않았더라면 손만 가볍게 흔들어도 빠져버릴 것 같았다.
그 반지는 조금 전 구청에 있을 때 정찬수가 급히 사 온 결혼반지였다. 다만 반지는 여성용이 아니라 남성용이었다.
박동진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그 반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힘겹게 침을 꿀꺽 삼키자 목 울대가 위아래로 한 번 움직였다.
정찬수는 송가빈의 손을 감싸 쥔 채 손가락을 맞물려 깍지를 꼈다.
그러고는 꼭 잡은 두 손을 들어 올리더니 당당하게 박동진을 향해 흔들어 보였다.
“그래, 가빈이는 이제 내 와이프야.”
“말, 말도 안 돼...”
“네가 믿든 말든, 이게 현실이고 사실이야.”
박동진은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표정이었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말도 안 돼.”
그는 다급히 송가빈에게 달려와 그녀의 어깨를 꼭 움켜쥔 채 처절한 눈길로 물었다.
“가빈아, 이거 다 거짓말이지? 그런 거지? 넌 그냥 나랑 이혼했을 뿐이잖아. 결혼이라니. 아직 나한테 기회가 남아 있다고 얘기해줘. 제발.”
송가빈은 매정하게 박동진의 손을 뿌리쳤다.
“그만해, 박동진.”
“내가 어떻게 그만해. 절대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 가빈아, 내가 잘못했어. 내가 정말 잘못했어... 그러니까 한 번만 용서해 주면 안 돼? 제발... 부탁할게...”
박동진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지더니 이내 한숨이 되어 바람에 흩어져 버렸다.
눈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은 박동진과 1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사람들이었다.
그 누구보다 두 사람에 대해서는 잘 안다고 철석같이 믿어왔다.
정찬수가 그의 앞에서 대놓고 결혼 사실을 과시할 수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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