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8화
송가빈은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그냥 남자라는 종족 자체에 대한 신뢰를 잃었어.”
예전에 박동진이 자신에게 얼마나 잘했는지, 그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세심한 배려와 다정함 때문에 주변 사람들 모두 그들을 ‘사랑의 교과서’라고 하고 마치 동화 속 커플처럼 칭송했으니까.
사람들은 늘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라고 했지만 결혼 후에도 박동진은 여전히 다정했다. 그래서 그걸로 송가빈은 세상의 모든 비아냥을 통쾌하게 깨부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송가빈은 생각했다.
‘나는 참 운이 좋은 여자구나. 이렇게 완벽한 남자를 만나 사랑받을 수 있다니.’
하지만 그 믿음은 처참히 깨졌다. 차라리 마음이 식어서 새로운 자극을 찾았다면 받아들일 수 있었다. 누구든 시간이 지나면 사랑은 변하고 설렘은 사라지니까.
그런데 박동진은 다른 여자와 손을 잡고 껴안고 다정하게 몸을 기댄 채 웃으면서도 집에 돌아와서는 태연하게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송가빈이 직접 본 게 그 정도인데 보지 못한 것까지는 감히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양유정은 단호하게 결론을 내렸다.
“남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천상 배우야.”
그렇다. 남자는 다 연기하는데 정찬수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송가빈은 이미 그가 보여준 연기를 수없이 봐왔다. 사랑에 빠져 아내만 바라보는 남편이든, 죽을 병에 걸린 환자든, 그는 그 어떤 배역도 완벽하게 소화했다.
만약 박동진이 ‘연기파 배우’라면 정찬수는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색을 바꾸는 카멜레온 같은 존재였다.
양유정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네 말도 일리가 있어. 어쨌든 네 인생이니까 네가 알아서 잘 판단하면 돼. 나는 무조건 네 편이야.”
“응.”
“그런데 적어도 지금만큼은 정 대표님이 너한테 꽤 잘해주는 건 사실이야. 네 아버지의 호텔을 되찾아준 것도 그렇고. 그 점에서는 박동진보다 훨씬 더 네 마음을 이해한 거 아닐까?”
송가빈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정찬수의 진심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당장은 또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용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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