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4화
잠시 방에서 쉰 게 효과가 있었는지 송가빈은 조금 혈색이 돌아왔지만 눈빛은 여전히 멍하게 떠 있었다.
생각에 잠겨 있는 건지 지나친 피로 때문인지 아직 완전히 정신을 가다듬지 못한 모습이었다.
정찬수는 송가빈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정찬수는 곁에 앉아 잔을 건네며 말했다.
“꿀물 준비했어. 마시면 진정하는 데 도움이 될 거야. 네가 단 걸 싫어하는 거 알고 많이는 안 넣었어.”
정찬수의 말에는 세심한 배려가 묻어났다.
“고마워요.”
송가빈은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고는 곧 시선을 떨구며 말했다.
“혹시... 뭐 하나 부탁드려도 될까요?”
“안 돼.”
“...”
송가빈이 아무 말도 없자 정찬수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앞으로 뭘 해도 되냐고 묻지 말고 그냥 말해. 어차피 다 들어줄 거니까.”
정찬수는 이 시점에 농담조로 말한 걸 후회하면서 곧 목소리를 낮추었다.
“... 너랑 티격태격하는 게 습관 돼서 말이 먼저 나왔어. 이제부턴 안 그럴게. 우선 물부터 다 마셔.”
송가빈은 잔을 다 비웠다.
꿀물이 은근히 달콤했고 메말랐던 목이 한결 나아졌다.
정찬수는 빈 잔을 받아 들고는 종이 티슈를 꺼내 송가빈 입가의 물기를 조심스레 닦아주었다.
정찬수는 아무리 수고스러워도 송가빈이 편안하다면 그 어떤 것도 상관없었다.
송가빈은 정찬수를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머릿속에 자꾸 그 사진들이 떠올라요. 그 더러운 사진들을... 완전히 없앨 방법은 없을까요?”
충분히 쉬고 기력을 회복했는지 송가빈의 눈빛 속에는 두려움보다 진지한 걱정이 깃들어 있었다.
심지어 자신보다 친구를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정찬수는 잠시 긴장을 풀며 씁쓸하게 웃었다.
“사람을 시켜서 그 자식 휴대폰을 훔칠 수는 없잖아. 뭐 훔칠 수야 있겠지만 그 자식이 백업하지 않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어?”
송가빈은 이미 많은 일을 겪으면서 모든 일은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양유정을 위해 한 줄기 가능성을 붙잡고 싶었다.
“소송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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