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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송가빈은 갑자기 발을 홱 빼더니 휙 하고 하이힐에 다시 집어넣었다. 박동진의 손이 허공에 얼어붙었다. “아까 발 아프다고 하지 않았어?” 송가빈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당신들 마시고 있어. 나 화장실 좀 갔다 올게.” 송가빈이 일어나서 자리를 뜨려고 하자 박동진도 반사적으로 따라 일어섰다. “같이 가자. 데려다줄게.” 정찬수가 박동진을 붙잡았다. “너 대체 회사 대표 맞기나 해? 왜 이렇게 찐득찐득하게 들러붙어? 날 따뜻한 이불 속에서 꺼내 와 놓고 지금은 날 여기 혼자 버려두겠다고? 너 양심은 어디 갔어?” 박동진은 그 말에 살짝 망설였다. “넌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몰라. 지금 가빈이 이혼하겠다고 난리야. 게다가 가빈은 진짜 영악해. 오늘도 내 눈앞에서 도망칠 뻔했다고.” 정찬수는 아무 말 없이 술을 들이켰다. 사실 정찬수는 이 상황을 박동진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었다. 송가빈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 네가 양유정을 붙잡고 있잖아. 내가 감히 어디 도망가겠어.” 송가빈은 하이힐을 신은 채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종업원에게 화장실 위치를 물은 뒤 그쪽으로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박동진은 이를 꽉 물고 억지로 참더니 술병을 들고 그대로 반병을 원샷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박동진의 휴대폰이 또 지독하게 울어댔다. 박동진은 짜증이 확 나서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정찬수는 그런 박동진을 비스듬히 보며 비꼬았다. “엄마 전화도 씹어?” 박동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짜증 나.” “짜증 나긴? 네가 그 여자를 임신시켰잖아. 왜 네가 더 힘들어해?” 정찬수의 싸늘한 말투에는 비꼬는 맛이 제대로 묻어났다. 하지만 박동진은 이미 이런 비아냥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투덜댔다. “진짜 이해할 수 없어. 그때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 이건 거의 미스터리야.” 정찬수가 코웃음 쳤다. “난 어느 여자가 수영하다가 임신했다는 얘기도 들은 적 있어. 확률은 낮지만 완전히 불가능하진 않다더라.” “이런 확률이 왜 하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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