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화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는 이미 새벽이었다.
정찬수가 운전했고 송가빈은 조수석에 앉아 약간 멍한 표정으로 밖을 보고 있었다.
“송가빈 씨, 정신 차려요. 송이의 사망 소식에 충격이 크겠지만 아직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알아요.”
동물 병원에 도착하자 미리 도착해 있던 정찬수의 친구가 상황을 설명했다.
“네가 오지 않아서 아직 부검은 안 했어. 정상적인 죽음은 아닌 것 같아. 최근 상태도 좋았고 식사량도 늘었는데 오늘 밤에 갑자기 거품을 물면서...”
그는 송가빈을 힐끗 보더니 정찬수에게 물었다.
“여자 친구야?”
정찬수는 친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오늘 수고 많았어. 내가 나중에 밥 살게.”
“우리 사이에 뭘 그런 말을 해.”
그들이 얘기하고 있을 때 송가빈은 이미 동물 병원에 들어가 익숙하게 송이가 전에 지내던 공간을 찾아냈다.
송이는 이제 없었지만 케이지 안에는 하얀 거품과 피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정찬수가 왔을 때 송가빈은 송이의 케이지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평소 키가 크고 날씬해 보이던 그녀는 쪼그리고 앉아 있으니 매우 작아 보였다.
정찬수는 송가빈한테 다가갔다.
“송가빈 씨...”
“오늘 누구누구 왔어요?”
송가빈은 정찬수의 뒤에 있는 동물 병원 직원에게 물었다.
“송이 아빠가 왔었어요.”
‘박동진?’
“언제 왔었죠?”
“저녁에 아마 9시쯤이었을 거예요. 송이가 가장 좋아하는 육포를 가지고 보러 왔었어요. 송이도 꼬리를 흔들면서 너무 좋아했는데 송이 아빠가 떠난 지 얼마 안 돼서 거품을 물기 시작했어요.”
송가빈의 목소리는 섬뜩할 정도로 차가웠다.
“송이는 독극물 투하로 죽은 건가요?”
“좀 더 검사를 해봐야겠지만 증상을 보면... 중독 증상과 매우 유사해요...”
송가빈은 송이를 만나보고 싶었다.
“송이는 지금 어디 있나요?”
“안에 있으니 따라오시죠.”
송가빈은 드디어 가장 안쪽 방의 쿠션 위에서 송이를 보았다. 송이는 그곳에 조용히 누워 있었으며 앞발에는 아직 바늘이 꼽힌 채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고통스러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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