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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화

“양유정 씨가 그래도 연예인인데 호텔 숙박비 정도는 낼 수 있지 않나요?” “그래도 아끼면 좋잖아요.” 송가빈이 태연하게 웃었다. 정찬수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다. “진짜 사랑하는 분은 양유정 씨 아닌가요? 그분 과거를 지켜주려고 박동진 씨와 틀어질 각오까지 하셨으니...” 그 말에 송가빈은 순간 숨이 멎은 듯 굳어졌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정찬수는 말실수를 깨달았는지 바로 태도를 바꿨다. “알겠어요, 숙박비는 제가 부담하죠. 그 정도 금액이야 신경 안 써요. 아, 돌아가는 길에 마트 잠깐 들를까요? 내일 아이들 밥하려면 재료 좀 사야 하잖아요.” 하지만 송가빈의 머릿속에서는 의문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날 밤의 일은 그녀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절대적인 비밀이었다. 오 교수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고 게다가 정찬수와는 전혀 접점이 없었고 정찬수와 양유정은 더더욱 접점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송가빈은 문득, 정찬수가 보여주는 겉모습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님, 혹시 뭔가 알고 계신 거예요?” 정찬수는 어깨를 으쓱하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제가요? 아는 게 뭐가 있겠어요.” 그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자 송가빈도 더 캐묻지는 않았다. “그럼 우리 이제 가죠. 너무 늦으면 마트 문 닫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정찬수는 조용히 그녀의 손목을 잡아 멈춰 세웠다. “조금만 더 보고 가죠. 아직 시간은 충분하니까요.” “불꽃놀이를 이렇게까지 오래 보고 싶어 하는 남자는 또 처음 보네요.” 정찬수는 어깨를 으쓱였다. “남자라고 불꽃놀이 좋아하면 안 되나요?” “알겠어요. 대표님이시니까요.” 송가빈은 계단에 앉아버렸다. 정찬수가 사준 신발은 분명 그녀가 원래 신던 것보다 편했지만 그래도 하이힐은 하이힐이었다. 한참 서 있으니 다리가 아팠고 강변의 밤바람도 제법 차가웠다. 송가빈은 옆에 있던 대형견 한 마리를 품에 안자 따뜻하고 포근했다. 이렇게 덩치 큰 개도 나름대로 쓸모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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