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3장 그녀를 위해

“...” 한수호는 이서아에게 많은 기술을 가르쳐줬지만 그중에서 이서아는 골프를 가장 잘 배웠다. 아마도 한수호가 그때 처음으로 이서아의 편에 서서 모든 것을 참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서아의 손에 쥐어진 수건은 차가워졌지만 그녀는 여전히 수건을 잡고 있었고 손끝을 따라 물방울이 하나씩 떨어졌다. 마치 눈물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한수호가 한때 이서아를 잘 대해줬던 건 맞지만, 그래서 그가 변심한 후 했던 모든 일들이 더 원망스러웠다. 조금 전 소윤정은 한수호가 이서아에게 자상하다고 했다. 지금 한수호의 ‘자상함’은 거래이자 협박이다. 그리고 이서아와의 잠자리에 빠져들어 그녀를 놓아주지 못하는 순수한 소유욕일 뿐이다. 다른 의미가 전혀 없었다. 소윤정은 더 이상 신강우와 임윤진의 다정한 모습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리고 갑자기 무언가가 떠오른 듯 이서아에게 말했다. “전 사실 한 대표님이랑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서아 씨가 조심해야 할 건 다른 여자예요.” 이서아는 수건을 리조트 직원에게 건네고는 소윤정을 바라보았다. “방금 임윤진 씨가 말한 최현아 씨 말이에요. 어젯밤에 같이 카드 놀이를 했는데 그 여자가 한 대표님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았어요.” 소윤정이 진지하게 말했다. ‘최현아가?’ 이서아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최현아에 대한 특별한 인상도 없었고 그저 유지호의 사촌 동생이라는 것과 다소 이국적인 외모를 가졌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었다. 사실 이서아는 누가 한수호에게 관심이 있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지만 소윤정이 친절하게 알려준 것이기 때문에 그녀의 체면을 봐서 간단히 대답했다. “알겠어요.” 세 번째 라운드에서 한수호와 신강우는 벌써 화살을 다섯 개씩 더 쐈지만 여전히 승부가 갈리지 않아 동점으로 끝내기로 했다. 한수호는 장갑을 벗으며 이서아를 향해 걸어갔다. 햇빛이 비추자 한수호는 눈을 살짝 찡그리며 턱을 들어 그녀를 향해 까닥 거렸다. 이서아는 멈칫하다가 다가가서 가슴 보호대를 풀어주었다. “대표님, 고생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