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6장 공공연히 주어진 신분

이서아는 수액을 다 맞고 여덟 시가 조금 넘어서야 병원에서 나갈 수 있었다. 병원에서 누워 있는 게 너무 불편했어서 호텔로 돌아가서 좀 쉬고 오후에 회사에 가기로 했다.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하는 순간, 문 밖에서 느끼하게 ‘허니’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박하고 방탕한 느낌이었다. 이서아는 눈꺼풀이 움찔하며 불안감을 느꼈다. 커튼 뒤에서 고개를 내밀어 보니, 역시나 유지호였다. 유지호는 그녀를 보자마자 웃음을 깊게 지으며 말했다. “이 비서, 일어났어요? 잘 됐네요. 아침밥을 가져왔어요. 따뜻할 때 먹어요.” 유지호는 손에 봉지를 여러 개 들고 작은 탁자에 모두 올려놓았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서 이것저것 다 사왔어요. 골라서 먹어요.” 이서아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너무 이상한데?’ “유 대표님, 제가 입원한 걸 어떻게 알았어요?” ‘신강우가 말해준 걸까?’ 하지만 이서아는 신강우에게 병원 이름과 병실 번호를 말하지 않았는데 유지호가 어떻게 이렇게 정확히 찾아온 걸까? 유지호는 아침 일찍부터 깔끔한 정장 차림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병은 이 비서 몸에 있지만 고통은 내 마음에 있어요. 그래서 느낄 수 있었어요.” “...” 이서아는 농담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래서 진지하게 물었다. “유 대표님, 도대체 어떻게 아신 거예요? 저를 따라온 거예요? 아니면 감시한 거예요?” 이서아가 진지해진 것을 보고 유지호는 그녀가 화가 났다고 생각해 장난기를 조금 거두고 의자를 끌어와 그녀의 침대 옆에 앉았다. “어젯밤에 내 친구가 레이싱을 하다가 넘어져서 응급실에 갔는데 거기서 서아 씨를 봤대요. 오늘 아침에 그 친구가 그걸 기억해내서 나한테 말해줬어요. 그래서 바로 여기로 온 거예요. 간호사한테 이 비서가 어느 방에 있는지 물어보니까 길을 가르쳐주던데요.” “이렇게 말하면 이제 이해했어요? 아니면 내 친구와 간호사를 불러서 확인해볼까요?” 이서아는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의아해하며 물었다. “유 대표님 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