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5장 믿음
전화를 끊은 권소혜는 잠깐 고민하더니 고개를 돌려 거실에 있는 이서아를 바라봤다. 사실 이서아는 권소혜와 같이 있었다.
한수호가 걸어온 전화를 받는데 이서아가 쉿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일단 한수호에게 그녀가 여기 있다는 걸 알리지 말라는 소리였다.
권소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사실대로 말하지 말라는 거예요?”
이서아는 두 손으로 뜨거운 물이 담긴 컵을 받쳐 들었다. 열기가 유리 벽을 타고 손으로 전해져 손끝이 살짝 빨개졌지만 입술만큼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혹시 뭐 좀 조사해 줄 수 있나요? 임신한 거 아는데...”
이서아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소혜 씨 말고는 부탁할 사람이 없어요.”
권소혜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슨 일인데요? 뭐든지 말해봐요. 임신이 뭔 대수라고, 못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김하나도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그래. 나도 있잖아. 나도 도와줄 수 있어.”
이서아가 눈까풀을 살짝 들었다.
“엄마가 섣달그믐날에 쓰러져서 응급실로 실려 간 거 다들 알죠? 그때 아빠도 같이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뒤에는 어디 갔는지 안 보이더라고요. 그러다 밤에 경찰서에 아빠가 술 먹고 길에서 난동을 부렸다고 전화가 왔어요.”
권소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그때부터 의심하기 시작했어요. 아빠가 무조건 누군가를 만나서 병원에서 나가 뜬금없이 술을 먹은 거라고요.”
권소혜가 바로 알아챘다.
“아버님이 병원에서 나간 후의 행적을 알아봐 달라는 거예요?”
이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권소혜는 ‘고작’ 변호사였지만 인맥이 있었기에 이서아보다 뭔가를 조사하기 쉬웠다.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권소혜는 이서아의 생각이 궁금했다.
“왜 갑자기 그런 의심이 든 거예요?”
뜬금없는 건 사실이었다.
이서아는 몇 시간 전에 있었던 예기치 않은 만남이 떠올랐다. 코끝에 그 사람 몸에서 풍기던 우드 향이 맴돌아 잔을 든 손에 힘이 들어갔다.
“누군가 내게 그랬어요. 섣달그믐날에 아빠가 두 사람을 만났는데 아빠가 자살한 진짜 원인이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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