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4장 낯설고 먼

그 시각,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 비가 계속 부슬부슬 내렸고 이미 봄이 찾아와야 할 용산은 겨울의 끝자락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각. 하늘은 어둑해졌고 비로 인해 모든 것이 물에 젖은 듯 흐릿하게 보였다. 마치 안개 속에서 꽃을 보듯 모든 것이 불분명했다. 한수호가 스타 그룹을 나서자 하은영이 그의 뒤에서 검은 우산을 펼쳐 그가 차에 오를 때까지 비를 막아주었다. 목적지는 병원이었다. 진영자는 여전히 주성 병원에 입원하여 한수호가 큰돈을 들여 고용한 의사들의 케어를 받고 있었다. 이서윤이 계속 그녀를 돌보고 있었는데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같은 병실에 있는 환자와 가족, 그리고 병실 밖을 오가는 사람들이 모두 한수호가 보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진영자는 소리 없이 감시당하고 있었다. 한수호의 허락 없이는 그녀는 병원을 나갈 수 없었고 외부 사람들도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감금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한수호가 병실 문 앞에 도착하자 간호사는 핑계를 대고 이서윤을 밖으로 불러냈다. 이서윤은 최근 남편이 스타 그룹 계열사 중 한 곳에서 매니저로 일하게 되었기 때문에 한수호를 보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빠르게 지나갔다. 한수호는 혼자 병실로 들어갔다. 진영자는 침대에서 고개를 들고 그를 보자 먼저 놀랐다가 기뻐하며 그 뒤로 급히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수호 왔구나... 서아는 같이 안 왔니? 걔는 어디 간 거야? 며칠째 날 보러 오지 않고 전화도 꺼져 있던데 무슨 일 생긴 건 아니지? 비가 계속 와서 감기라도 걸린 거야? 아니면 다시 서종시로 돌아간 거야? 그럴 리가 없는데. 가기 전에 나한테 한 마디라도 했어야지... 수호야? 왜 아무 말도 안 해?” 한수호는 무표정이었다. 진영자는 어쩐지 눈앞의 사위가 명절 때 봉천진에서 봤던 모습과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낯설고 멀게 느껴졌다. 그녀는 한수호를 멍하니 바라보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밀려왔다. 결국 진영자가 조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