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2장 야속한 세상
이서아는 이를 악물었다. 평소 그렇게나 침착하고 이성적이던 사람이 지금은 이토록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최현아가 앞뒤 사정을 아무리 설명해 주었음에도. 또한 하은영의 침묵이 모든 것을 입증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서아는 여전히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이건 다 최현아 씨의 추측이에요.”
그녀의 완고한 모습에 최현아조차 참지 못하고 비웃으며 뭐라 말하려는 찰나 옆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서아야, 한수호는 네가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야.”
지금까지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던 임정우의 아주 평온하고 아무런 감정의 기복도 없는 목소리였다.
그의 발치에는 붉은 장미 꽃잎들이 바람에 날려 쌓여 있었다. 그 빨간 꽃잎들이 마치 선홍색의 피처럼 보였다. 그의 말이 이서아의 귓가에 닿자마자 그녀는 마치 오장육부가 뒤틀어지는 듯한 고통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
임정우의 차분한 갈색 눈동자에는 그녀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눈동자는 마치 온천수처럼 따뜻했지만 그의 말은 처마 밑에 매달린 고드름처럼 뼈에 사무쳤다.
“한수호가 너와 다시 화해하지 않고서는 어떻게 네 집으로 갈 수 있겠어? 어떻게 너와 결혼할 수 있겠어? 어떻게 너와의 관계를 이용해 이진태에게 장부를 넘기게 할 수 있겠어?”
이서아는 마치 누군가에게 목이 졸린 듯 숨이 막혀왔다.
임정우는 이어서 말했다.
“서아야, 한수호가 한 모든 짓은 다 계획된 거야. 아직도 모르겠어?”
...
하은영은 이서아가 전화를 끊자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는 연결 되지 않았다.
점점 더 일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느낀 하은영은 바로 한수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야?”
“대표님, 방금 사모님께서 최현아 씨의 핸드폰으로 저한테 전화를 했어요.”
한수호가 냉정하게 물었다.
“서아가 뭐라고 했어?”
하은영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예전에 최현아 씨의 일에 대해서 물어보셨어요. 제가 뒤에서 여론을 조작했는지 묻더라고요. 순간 당황해서 바로 대답을 못하고 잠시 멈칫하다가 아니라고 하려고 했지만 사모님께서 바로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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