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7장 전화를 끊었다

류홍민은 뒤를 한 번 돌아보며 방국진이 오지 않은 것을 확인한 뒤 입술을 핥으며 물었다. “너 정말 60억 있는 거 맞아?” “...” 이서아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황량한 공터에는 아무런 불빛도 없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것은 오직 달빛뿐이었다. ‘다른 사람들 없을 때 몰래 와서 확인하려는 건가?’ 이서아는 호흡을 천천히 가다듬고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읍.”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류홍민은 이서아의 입에 붙어 있던 테이프를 떼고는 핸드폰을 꺼내 들며 말했다. “빨리 말해! 계좌 번호랑 비밀번호!” 이서아는 방국진이 계좌를 남기면 경찰에 들킬 것이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리며 류홍민이 돈에 눈이 멀어 그런 경고조차 무시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순간, 그녀는 류홍민이 자신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음을 직감했다. 이서아는 입술을 한 번 다물고 차분하게 계좌와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렇게 류홍민은 핸드폰을 빠르게 조작했고 순식간에 이서아의 계좌에서 그 돈을 이체했다. 잔뜩 흥분한 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박! 진짜 돈이 있잖아! 이게 뭐야! 그동안 한 일로 겨우 1600만 원밖에 못 받았는데 이제 60억이나 있네!” 이서아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히 있죠. 제가 속일 리 없잖아요? 겨우 1600만 원? 그럼 형이라는 사람은 얼마나 가져가는데요?” 그러자 류홍민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그건 네가 알 바 아니야! 조용히 있어! 만약 내 형한테 뭐라도 말하면 넌 끝장이야!” 그는 다시 테이프로 그녀의 입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서아는 급히 고개를 돌리며 피하더니 빠르게 말했다. “그쪽은 돈이 필요하고 난 살고 싶어요. 만약 돈이 부족하다면 제 남자친구한테 연락해도 됩니다. 분명히 몸값을 지불할 거예요. 그쪽은 돈을 받고 날 풀어주면 돼요. 경찰에 신고하진 않을게요.” 류홍민은 잠시 망설였고 이서아는 등 뒤로 차가운 벽을 느끼며 말했다. “여자를 인신매매하는 건 중범죄예요. 잡히면 최소 10년은 감옥에 가야 할 겁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