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나는 그의 손을 피했고, 때마침 보안팀이 도착했다.
배승훈을 보더니 그들은 나름 정중한 태도로 임했다.
“부장님, 할 말 있으면 차분하게 얘기하세요. 폭력은 삼가시죠.”
배승훈은 보안팀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나만 죽어라 노려봤다.
“가영아, 대답해 제발!”
“설마 다 진짜야? 네가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어? 이가영, 네가 어떻게 감히!”
“그러니까 한낱 프런트 데스크 직원인 네가 우진 그룹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건 서 대표님 덕분이란 거니?”
“너 진작 서 대표 만났지? 그래서 나랑 헤어지자고 한 거지?”
“우리가 7년을 만났는데 어떻게 이렇게 쉽게 놓아버릴 수 있어?”
하지만 그의 추궁이 곧장 슬픔으로 변했다.
심지어 약간 흐느끼기까지 했다.
“우리가 7년을 함께 했는데 넌 헤어지는 게 그렇게 쉽니?”
직원들이 하나둘씩 출근했고 팽팽하게 대치하는 우리 셋을 보면서 눈가에 호기심과 탐색이 가득했다.
이때 잠깐 조용했던 윤서아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다들 우리가 왜 이러는지 궁금하죠? 우리 지금 불륜녀 잡고 있어요!”
“디자인 1팀 이가영은 어린 나이에... 으읍.”
배승훈이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낮은 목소리로 제지했다.
“그만해, 서아야. 이건 나랑 가영이 사이 일이야. 너 이렇게 떠들면 가영이만 망치는 거라고.”
윤서아가 그의 손을 사납게 물었다.
배승훈의 손바닥에서 피가 흘렀다.
윤서아는 필사적으로 그를 밀쳤다.
“그래, 맞아. 나 이가영 망칠 거야. 얘가 먼저 내 꿈을 망쳤거든.”
그녀는 인파들 속으로 들어갔고 배승훈은 더 이상 막지 못했다.
“디자인 1팀 이가영은 뻔뻔스럽게 내연녀 노릇이나 하고 있어요.”
“전에는 고작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었는데 스폰받고 이 회사 들어온 거예요.”
“내가 현장 잡았다는 이유로 스폰서한테 일러바쳐서 날 해고시키려 해요.”
“진짜 해고되어야 할 사람은 이가영이잖아요! 다들 나와서 얘기 좀 해봐요. 저 뻔뻔스러운 불륜녀는 패버려야 한다니까요!”
나는 한 사람의 몰골이 저렇게까지 흉측스러워질 거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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