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화

채혈침이 달린 팔이 밖으로 나오자 고성은은 망설임 없이 그 위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따끔한 느낌과 함께 기계음이 들리더니 피가 한 방울 새어 나왔다. 채혈을 마친 앤디는 다시 팔을 거둬들였고 이내 배가 달칵 소리를 내며 닫혔다. “혈액 분석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앤디가 푸른빛을 반짝이자 모두들 입을 다문 채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조용한 거실에 앤디가 작동하는 기계음만 울리자 고성은은 기대 때문인지 아니면 긴장 때문인지 이상하게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1분 뒤, 앤디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분석이 완료되었습니다.” “사모님, 지금부터 건강상태 브리핑을 진행하겠습니다.” “1, 헤모글로빈 수치가 90g/L로 빈혈 증상이 보입니다.” “2, 유산경력 때문에 자궁 쪽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합니다.” “3, 몸에 채 아물지 않은 상처가 두 곳 있습니다.” “4, 소화 효소 그래프를 통해 분석한 결과 위병을 13년간 앓고 계셨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5, DNA 분석결과 유당불내증이 있으신 걸로 추정됩니다.” 앤디가 검사 결과를 하나하나 나열할 때마다 고성은은 심장이 쿵쾅거렸다. 정확도가 90%가 넘는 검사 결과에 고성은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상의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건강관리 솔루션을 제공해드리겠습니다. 식단, 수면, 운동 등 여러 가지 분야를 포함한 솔루션은 연결된 디바이스로 자동 전송됩니다.” “고급 서비스를 원하십니까?” 아까의 분석결과를 되뇌고 있던 고성은은 고급 서비스를 원하냐는 질문에 자기도 모르게 박재현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박재현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자 고성은은 뭔가에 홀린 듯이 앤디의 배 위에 나타난 “예”라는 버튼을 눌러버렸다. “고급 서비스를 진행 중입니다.” 푸른빛이 또다시 반짝이는 것이 아마도 더 심층적인 분석을 하는 것 같았다. 15쯤 흐르자 앤디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는데 이번에는 아까와는 조금 다른 톤이었다. “호르몬과 행동을 분석한 결과 사모님과 대표님이 35일 동안 부부관계를 하지 않으셨다고 나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