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4화
“디아?”
디아라는 이름은 박재현도 익숙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디아와 육정호가 동일인물 같지는 않았다.
육정호는 디아라기에는 너무나도 다정했다.
‘설마 그게 다 연기였나?’
“정체를 너무 잘 숨겨서 저희도 몰랐어요.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조직을 나와 사업을 시작했대요. 그래서 이 바닥에서는 디아라는 신분을 아는 사람이 없었던 것 같아요.”
“대부분 자산은 이미 파랑국으로 이전했대요. 국정원에 있는 지인 통해서 알아본 겁니다.”
육서진이 건넨 자료를 훑어보던 박재현은 육정호의 과거에 놀라기는커녕 코웃음을 쳤다.
그건 어이없음에서 비롯된 서늘한 웃음이었다.
“어제 육정호가 큰돈 들여서 내 기사를 실시간 검색어에 올려줬다며?”
“사람이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지.”
박재현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미소는 마치 곧 불어올 피바람을 예고하는 듯했다.
...
단 하루 만에 박재현, 육정호의 애인에 대한 기사는 전부 내려가 버렸고 인터넷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부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었다.
생중계로 나가버린 그 고백 덕에 강세린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았고 그녀의 새로운 드라마도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박재현은 매일같이 고성은에게 연락을 하고 있었지만 진작에 차단당한 터라 전화를 걸 때마다 들려오는 건 여자의 익숙한 안내 멘트뿐이었다.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어서 머리를 쥐어뜯던 박재현은 자기도 모르게 화은 장원으로 차를 몰았다.
재건축을 마친 은심각은 백합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어 전보다 더 아름다웠다.
불에 다 타버렸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은심각은 어느새 흔적도 몰라보게 변해있었다.
2층 베란다에 선 박재현은 그곳을 내려다보며 독한 술을 한잔, 두잔, 수도 없이 마셨다.
고성은이 화은 장원의 문을 넘을 때마다 둘은 뜨거운 사랑을 나누며 서로에게 모든 게 내주었었는데 그녀가 이제 더는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치가 떨리도록 싫어서 죽여버리고 싶던 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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