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6화
고개를 돌린 정수희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17번 선수를 이리 쉽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은색 가면으로 얼굴을 반쯤 가린 탓에 드러나 있는 거라곤 날카로운 턱선과 얇은 입술뿐이었다.
상반신을 벌거벗은 탓에 땀인지 오일인지 모를 액체가 탄탄한 근육을 타고 흐르는 게 너무 잘 보였다.
그의 몸에 난 근육들은 다른 선수들처럼 우락부락하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더 다부져 보였고 더 예뻐 보였다.
남자의 몸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킨 정수희가 호기심에 손가락으로 살짝 찔러보려 했는데 17번 선수가 빠르게 뒤로 한발 뒤로 물러나며 그녀의 손을 피했다.
차가운 눈빛과 거리를 두는 몸짓에 기분이 상할 만도 하지만 정수희는 그런 걸 딱히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예쁜 눈웃음을 지어가며 말했다.
“뭘 또 그렇게 도도하게 굴어요. 나 선수님 보려고 여기까지 온 거예요.”
정수희는 17번 선수를 빤히 쳐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다음 달에 마틴시에 가게 됐는데 그때... 내 경호원 해줄 수 있어요?”
가면 때문에 표정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정수희는 살짝 비친 그의 당황스러움을 보아냈다.
마틴시처럼 위험한 곳에 굳이 왜 가냐는 듯한 눈빛이었다.
‘재벌 집 딸 같은데 마틴시엔 왜 가는 거지? 가서 죽겠다는 거야 뭐야.’
“안 가요.”
17번 선수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단호하게 거절하자 정수희는 아까보다 더 환하게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거절하지만 말고 내 얘기 좀 들어봐요.”
“내 경호원 해주면 10억 줄게요. 생각 바뀌면 언제든 연락 줘요.”
가방에서 미리 접어두었던 하트모양 종이를 꺼낸 정수희는 그 위에 자신의 연락처를 적어주었다.
정수희는 까치발까지 들어가며 그 종이를 살짝 열려있는 사물함 안에 넣어두었다.
그때 이곳 담당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안으로 걸어들어오더니 정수희를 보며 말했다.
“손님, 여기는 선수들이 준비하는 곳이라서 함부로 들어오시면 안 돼요. 이쪽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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