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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박재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휴게실 문을 열며 마지막 단추를 빠르게 채웠다. 문 앞에는 숨을 헐떡이며 이마까지 땀범벅이 된 임준기가 서 있었다. 임준기의 시선은 박재현을 지나 곧장 그의 뒤편에 서 있는 강세린에게로 꽂혔다. 강세린은 고개를 조금 숙인 채 붉어진 얼굴로 눈길을 피했다. 말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방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만한 모습이었다. 부끄러워하면서도 어딘가 기대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묘하게 일을 치른 듯한 분위기였다. 임준기는 말문이 막혔다. 머릿속이 순간 하얘졌다. ‘아니 잠깐, 방금 뭐가 지나간 거지?’ 이것저것 심부름을 하고 커피 한 잔을 내려온 것뿐인데 길어야 5분 남짓이었을 것이다. 그 짧은 사이에 박재현은 휴게실로 들어갔고 강세린도 따라 들어갔다. 그리고 지금 이런 분위기가 펼쳐졌다. 임준기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쿵 하고 떨어졌다. ‘말도 안 돼. 그렇게 빠를 리가...’ 문득 요즘 돌고 있던 소문 하나가 떠올랐다. 박 대표와 부인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곧 이혼한다는 얘기였다. ‘혹시... 사모님을 만족시켜 주지 못해서 그런 건가? 그래서 결국 사모님이 마음을 접고 돌아선 건가? 그런데 대표님은 지금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강세린과... 게다가 사모님이 안에 있는 상태잖아? 그럼 이 둘은 설마 그 앞에서...’ 등줄기로 서늘한 기운이 흘렀다.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감당이 안 되는 정보량이었다. 뇌가 타들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박재현은 임준기의 복잡한 표정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강세린을 향해 말했다. “여기서 기다려. 금방 돌아올 테니까.” 그러고는 길게 뻗은 다리로 3번 회의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정신을 다잡은 임준기는 얼른 업무 모드로 돌아왔다. 지금 강세린을 여기 남겨둘 수는 없었다. 사모님이 여전히 안에 계신 상태였으니 말이다. 그는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렸고 곧장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능청스럽게 강세린에게 다가갔다. “강세린 씨.” 그는 일부러 목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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