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화
“계속 그렇게 뛰면 멀쩡한 발도 접질리겠다. 휠체어 타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고성은은 그 말에 화가 치밀어 올라 박지현을 한 대 내리쳤다. 물론 전혀 타격감이 없었다.
“박재현.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함부로 안지 말라고.”
그녀는 이런 친밀한 신체 접촉이 싫었고 의도적으로 그와 거리를 두려 했다.
이때 박재현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다치지 않고 내 아이를 유산하지도 않았다면 여기서 치료받게 할 일도 없어.”
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덧붙였다.
“절대 이상한 생각 품지 마. 우리가 어떤 사이인지 네가 더 잘 알잖아.”
박재현은 이미 이혼 서류에 사인한 관계라고 상기했고 고성은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화가 치밀었다.
“내려놔. 그리고 지금 당장 사람 시켜서 돌려보내줘. 괜히 나중에 요양비 내놓으라고 하지 말고.”
박재현은 그녀를 던져버릴 듯한 시늉을 했고 깜짝 놀란 고성은은 그의 목을 꽉 잡았다.
“시끄러우니까 입 닫고 가만히 있어. 안 그러면 다음엔 진짜 던져버린다.”
그가 한마디 할 때마다 고성은은 속으로 백번을 욕했다.
박재현은 그녀를 안고 돌아서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아래층의 긴 식탁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
생선찜, 청경채 무침, 닭 다리 버섯볶음, 연근 갈비탕...
담백하면서도 영양이 가득한 음식들은 그녀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특별히 준비한 모양이었다.
집사는 조용히 한쪽에 서 있었다.
박재현은 조심스럽게 그녀를 식탁 가까운 의자에 앉히고 젓가락을 들어 식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녀가 움직이지 않자 또다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른손도 다쳤어? 설마 내가 떠먹여 줘야 하는 거야?”
“됐거든? 필요 없어.”
고성은은 서둘러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식욕이 없는지 젓가락으로 그릇을 이리저리 뒤적였다.
맞은편의 박재현도 이런 상황과 분위기가 어색해 많이 먹지 못했다.
두 사람은 침대 위를 제외하면 일상생활을 함께 보낸 적이 없었기에 박재현은 이런 상황에서는 그녀에게 반찬을 덜어줘야 하는 건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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