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심지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이 둘 사이를 가득 메웠고 그 정적 속에서 숨소리조차 무겁게 내려앉았다.
유선우는 그런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자신의 진심 어린 고백이 심지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흔들 수 있기를 바라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냉정한 한마디뿐이었다.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어?”
심지유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후회할 거면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지. 후회한다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비틀렸다.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내가 가장 후회하는 일은 심씨 가문에서 태어난 거고 그다음은 5년 전에 너와 결혼한 거야.”
심지유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갈 가치도 없다는 듯 담담하게 시선을 돌렸다.
“난 절벽에서 떨어졌을 때 이미 한 번 죽었어. 그러니까 이제 제발 나를 그만 놓아줘.”
그녀는 몸을 돌려 떠나려 했지만 유선우에게 손목이 붙잡혔다.
“안 돼, 지유야!”
유선우의 목소리가 떨렸다.
“내가 잘못했어, 나 진짜로 후회하고 있어. 너 계속 나랑 결혼하고 싶다고 했잖아? 나 지금이라도 너랑 결혼하고 싶어. 우리 같이 가서 혼인신고 하자, 응?”
그의 말이 이어질수록 심지유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졌다.
유선우가 내뱉는 그 ‘사랑’이란 말이 지금은 오히려 역겨웠다. 그녀가 손을 뿌리치려 몸부림치던 그때, 어디선가 한 손이 불쑥 나타나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잡아 끌어냈다.
“그 손, 놓으시죠.”
심지유가 고개를 들자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이도운 씨?”
그녀의 눈동자에 놀라움이 스쳤다.
“여긴 어떻게...”
“이 근처에 프로젝트 입찰 건이 있어서 왔어요. 그런데 마침 심지유 씨가 보이더라고요.”
이도운은 냉정한 시선으로 유선우를 훑어봤다.
“혹시 다친 데 있어요?”
심지유의 손목이 붉게 얼룩져 있었다.
두 사람 사이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본 유선우는 표정이 확 굳었다.
“그쪽은 뭐예요? 지유는 내 아내예요.”
이도운은 피식 웃더니 시선을 심지유에게 돌렸다.
“저 말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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