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7화

심지유가 눈을 떴을 때 자신이 병원 침대에 누워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소독약 냄새가 콧속을 파고들었고 귓가에 일정한 ‘삐, 삐’ 하는 심전도 소리가 들렸다. “정신이 드셨어요?” 간호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환자분께서는 심하게 다치셨어요. 갈비뼈가 세 대나 부러졌거든요. 한동안 보호자의 보살핌이 꼭 필요하니까 가족분들께 연락하세요.” 간호사가 그녀의 휴대폰을 건넸고 심지유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받았다. 화면에 읽지 않은 메시지가 수십 통이나 떴는데 전부 심민주가 보낸 것이었다. [선우가 직접 깎아준 사과야. 너무 달콤해!] [큰오빠가 새 원피스를 사줬어. 내가 하얀색 옷을 입을 때 제일 예쁘대.] [내가 병원에서 검사받을 때 둘째, 셋째 오빠가 하루 종일 같이 있어 줬어. 다들 나를 걱정하느라 정신이 없네.] [벌써 이틀째야. 내가 머리 아프다고 한마디 했더니 다들 내 옆에서 떨어지지 않아. 아무도 네가 어디 갔는지는 묻지도 않더라. 역시 도둑은 도둑이지. 다른 사람이 받아야 하는 사랑을 훔쳤으니 결국 갚아야 하거든. 심지유, 넌 참 불쌍해. 진심으로 널 사랑해 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잖아. 나라면 진작 죽었겠다.] 심지유는 가만히 화면을 바라보다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때까지. “저는 가족이 없어요.” 그녀는 휴대폰을 간호사에게 돌려주며 아주 작게 말했다. “저 혼자예요.” 간호사는 한참 입을 떼지 못하다가 결국 한숨만 쉬고 병실을 나갔다. 창밖에서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고 심지유는 링거 줄을 따라 흐르는 약물의 물방울을 세었다. 하나, 둘... 마치 그동안 자신이 헛되이 쏟아온 마음들을 세듯이. 다섯 날 후, 그녀는 혼자서 퇴원 절차를 밟았다. 별장의 현관문을 열자 안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거실 한가운데서 유선우가 심민주를 위해 귤껍질을 벗기고 있었고 세 명의 오빠들이 옆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심지유가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웃음소리가 칼로 자른 듯 멎었다. “어디 갔었어?” 심민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집에 왜 안 들어왔어?” 심지유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곧장 계단을 올라갔는데 뒤에서 심재민이 비꼬면서 말했다. “또 삐졌네.” 침실로 들어와 문을 닫자마자 심지유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갈비뼈 부근이 욱신거렸지만 그보다 더 아픈 건 가슴이 찢겨나가는 고통이었다. 잠시 후 도우미가 저녁 식사를 문 앞에 가져다 뒀지만 심지유는 한 입도 먹지 않았다. 그날 밤, 침대맡에 두었던 휴대폰이 다시 환하게 빛났다. [죽지도 않고 또 살아서 돌아왔네. 끈질긴 년, 오빠들이랑 선우가 누굴 더 아끼는지 보여줄게.] 심지유는 화면을 한참 바라보다가 전원을 꺼버리고 휴대폰을 서랍 깊숙이 던져 넣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문이 ‘쾅’ 하고 부서지듯 열렸다. “심지유!” 유선우가 방으로 들어와 심지유를 침대에서 거칠게 끌어냈다. “민주 어디 갔어?” 그녀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심세훈이 그녀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민주가 편지 한 장 남기고 사라졌어. 네가 자기를 받아주지 않아서 떠나는 거라던데, 너 또 무슨 말을 한 거야? 네가 민주더러 나가라고 한 거지?”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심지유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이 와중에도 거짓말이야!” 분노에 휩싸인 심재민이 화장대를 손으로 내리쳤다. “민주는 지금 병원에서도 포기할 정도로 절망적인 상태야! 민주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저는 정말 몰라요. 저 아무 말도 안 했어요.” 팽팽한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비서가 급히 뛰어 들어왔다. “심민주 씨를 찾았습니다! 절벽 근처에서요!” 순간, 네 남자의 얼굴이 동시에 굳어졌다. “심지유.” 심민혁이 성큼 다가와 심지유의 목을 움켜쥐었는데 손아귀의 힘이 너무 세서 숨이 막혔다. “너 언제 이렇게 독해졌어? 시한부인 민주를 네 손으로 보내버리겠다는 거야?” 심지유는 고개를 젖힌 채 간신히 숨을 골랐다. 그리고 억지로 미소를 짜냈는데 비틀리고 씁쓸한 미소였다. 정말 웃기지 않은가. 심민주가 시한부라는 것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동안 그들은 해외 최고의 의료진을 불러들여 가장 비싼 약을 구해다가 심민주에게 먹이며 정성껏 돌봤다. 그녀가 진짜로 병이 있었다면 진작 나았을 것이다. 그건 그냥 심민주가 과거에 도망쳤던 것을 정당화해 주는 면죄부일 뿐이었다. 심지유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들의 분노는 더욱 짙어졌다. “지유를 차에 태워!” 유선우가 비서에게 냉정하게 명령했다. “오늘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네가 직접 민주를 설득해.” 그렇게 심지유는 난폭하게 차에 태워졌고 절벽 쪽으로 달려갔다.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