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비행기가 골든베이에 착륙했을 때, 현지 시각은 오후였다.
한서영은 입국장 밖에서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선생님을 보았다. 엄예진이었다.
한서영이 대학교 4학년이던 해, 엄예진은 A대를 그만두고 창업을 시작했다. 3년 동안 노력한 끝에 넥서스밸리에서 자리를 잡았다.
한서영이 출국을 결정한 것도 엄예진의 일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서른을 갓 넘긴 젊고 유능한 여성이었고, 학교에 있을 때부터 학생들과 거리감 없이 어울리며 지냈다.
엄예진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먼저 손을 흔들었고 표정이 밝았다.
“서영아! 오랜만이야!”
한서영은 캐리어를 끌며 다가가 미소를 지었다.
“엄 선생님, 오랜만이에요.”
“나 이제 선생님 아니야. 그렇게 부르지 말고 예진 언니라고 해.”
다정하고 시원한 말투 덕분에 낯선 공항의 공기 속에서도 한서영의 긴장은 조금 풀렸다.
“네, 언니.”
엄예진은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한서영의 팔을 가볍게 이끌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두 사람은 많은 옛일을 이야기했다. 강의실에서의 소소한 일부터 이별 인사까지, 떠올릴수록 감회가 컸다.
“서영아, 반년 전에 네가 대학원 졸업했을 때 내가 너한테 오라고 했잖아. 그땐 안 오더니 왜 이번엔 바로 온 거야?”
한서영은 창밖을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땐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었어요. 집안 사정도 있어서 쉽게 움직이기 싫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모르겠으면 일단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걸어가다 보면 방향을 찾을 수도 있으니까요.”
엄예진은 이미 사회생활을 경험한 사람이라, 막 사회에 나온 젊은이들이 처음엔 누구나 막막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며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그래. 처음부터 분명한 사람은 많지 않아. 나도 몇 년 대학에서 가르치다가 여긴 내 자리가 아니란 걸 알고 나왔거든. 너는 아직 젊어. 막막한 게 당연하고 중요한 건 네가 스스로 한 걸음 내디뎠다는 거야.”
그 말은 거창하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오히려 한서영이 숨을 쉴 수 있는 그런 따뜻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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