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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식사는 한 시간 동안 이어졌다. 그동안 내내 엄예진이 중간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이어 주었다. 한서영이 고개를 숙이고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주석현은 오래 쌓인 질문들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식사가 절반쯤 지났을 때 회사에 일이 생겨 엄예진은 급히 처리하러 먼저 떠났다. 스승과 제자의 식사 자리는 곧 이혼한 부부의 맞대면으로 바뀌었고 분위기는 단번에 굳어졌다. 한서영이 마지막 스테이크 한 조각을 먹었을 때 주석현은 때맞춰 냅킨을 내밀었다. 그녀는 받지 않고 일어나 새것을 뽑았고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말은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할 말 있으면 지금 다 말해.” 주석현은 내밀었던 손을 잠시 멈추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눈앞의 그녀는 그가 기억하던 온순하고 부드러운 아내와 달랐다. 그녀가 변한 건지, 아니면 자신이 지금까지 진짜 한서영을 본 적이 없었던 건지 그는 알 수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3년의 결혼 동안 그는 잠자리를 제외하곤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본 일도 드물었고 감정의 변화를 살핀 적도 거의 없었다. 그녀는 바람 한 점 없는 호수처럼 조용했고 그가 돌아보기만 하면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오래되자 그는 그 물이 어디서 와 왜 그곳에 머무는지조차 잊었다. 익숙해질 즈음 그 물은 갑자기 움직였고 막을 수 없이 그가 닿기 어려운 낯선 곳을 향해 흘러갔다. 간신히 뒤쫓아가서야 그는 그 물이 생각만큼 고요하지도, 자신만을 위해 영원히 머물지도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이전의 모든 감각은 그가 만든 고정관념에 불과했다. 이 새로운 한서영을 앞에 두고 주석현은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다만 그녀가 이혼을 선택한 일은 분명 자신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처음부터 진심으로 사과했다. “서영아, 미안해. 지난 3년 동안 남편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 했어. 너한테 정상적인 가정 분위기를 주지 못했고 네가 그동안 쏟아부은 모든 걸 내가 외면했어. 미안해.” 한서영은 그 말이 진심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런 늦은 사과에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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