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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가라앉았던 마음이 이상하게 가벼워졌다. 하예원이 낮게 중얼거렸다. “당신이 정말 이혼할 생각이었으면, 그 능력에 내가 먼저 말 꺼낼 일은 없었을 텐데...” 문득 스쳐 지나간 생각에,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최도경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머물렀다. 부드러운 조명 아래, 깨끗한 얼굴선이 고요히 빛났다. 그때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렇게 나 못 놓겠어?” 하예원은 피식 웃었다. “내가 전에는 얼마나 못 놨는지, 그건 당신이 제일 잘 알잖아.” 그녀가 기억을 잃기 전, 그를 향한 감정은 단순히 ‘놓을 수 없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그가 없으면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으니까. 최도경의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다. “지금은?” “뭐가?” “지금의 당신은, 얼마나 못 놓는데?” 하예원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대답하고 싶지 않았고, 굳이 대답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한결같이 그녀를 붙잡고 있었다. 하예원이 눈을 굴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내가 물어볼게. 지금의 나랑 예전의 나, 어느 쪽이 더 좋아?” 짧은 정적이 흘렀다. 하예원은 잠시 놀랐다. 그는 당연히 “지금의 너”라고 말할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가 지금의 자신을 더 좋아한다는 걸. 적어도 지금의 그녀는 예전보다 단단했고, 쉽게 흔들리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그가 침묵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생각이 막 스칠 무렵, 벨소리가 울렸다. 두 사람은 동시에 연회장을 빠져나왔다. 전화 건 사람은 일이 생겨서 파티에 오지 못한다며, 대신 축하 인사와 사과를 전했다. 최도경은 괜찮다며 짧게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때 밝은 목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들려왔다. “도경 오빠!” 붉은빛이 시야를 가르며 다가왔다. 그 한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쏠렸다. 전한별이었다. 그녀는 미소를 띠고 걸어왔다. 손에는 정성스럽게 포장된 선물이 들려 있었다. “도경 오빠, 생일 축하해요.” 하예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전한별의 드레스는 불꽃처럼 눈부셨다. 그 붉은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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