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7화
노서연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젯밤 일을 떠올리자 하예원의 뺨이 저절로 달아올랐다.
한 번 무너진 마음의 벽은 다시 세우기 어려웠다. 그 뒤로는 모든 게 순리처럼 흘러갔다.
그의 입맞춤처럼, 두 사람 사이의 온기에도 거부감은 전혀 없었다.
노서연은 전날의 일을 떠올리며 들뜬 얼굴로 말했다.
“예원 언니, 언제 피아노를 그렇게 잘 치게 된 거예요? 설마 최 대표님 생일 맞춰서 몰래 준비한 거예요? 완전 감동이었어요! 민지영이랑 전한별, 둘 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던데요! 방금 전까진 언니가 질투해서 피아노 배운다더니, 곡 시작하자마자 입을 다물었잖아요. 아, 진짜 통쾌했어요!”
“서연아.”
하예원이 그녀의 말을 막았다.
“근데 너도 나 피아노 못 친다고 생각했어?”
노서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언니 피아노 못 쳐요? 근데 어제 완전 전문가 같았는데요?”
하예원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피아노는 며칠 연습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실력이 높을수록 기본기가 중요하거든.”
노서연은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음... 전 잘 모르겠어요. 언니가 말한 적도 없고, 한 번도 피아노 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아마 어릴 때 배웠던 거 아닐까요?”
두 사람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전화를 끊었다.
잠에서 깬 하예원은 여전히 몸이 무거웠다.
세수를 마치고 머리를 정돈한 뒤, 간단히 점심을 먹고 서재로 향했다.
패션 디자이너의 일은 재택으로도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컴퓨터 앞에 앉은 그녀의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민지영이 했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예원은 천천히 숨을 고르며 노트북을 켜고 검색창에 곡명 하나를 입력했다.
《은빛 파도》.
오래된 피아노 명곡이었다. 난도는 높지 않았지만, 맑고 부드러운 선율이 마음을 정화하는 곡이었다.
그녀는 연주 영상과 관련 기사들을 차례로 살펴봤다.
겉보기엔 평범했다. 특별한 이상한 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세 번째 페이지를 넘기던 순간, 그녀의 손끝이 멈췄다.
화면 속에서 윤희설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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