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할 말을 다 마친 하예원은 전화를 끊었다.
고개를 들자 깊고 어두운, 어딘가 속을 떠보는 듯한 남자의 시선이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하예원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쳐다봐?”
최도경은 싸늘한 얼굴로 물었다.
“하예원, 대체 무슨 꿍꿍이야?”
최도경은 워낙 예민한 남자였기에 하예원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오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그에게 냉랭한 태도를 보였었다.
하예원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오후에 서연이가 날 보러 왔었어.”
최도경은 담담한 얼굴로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걔가 가고 나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봤어.”
하예원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우리가 앞으로 부부로 남든 아니면 각자의 길을 가든, 서로 으르렁거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안 그래?”
“그래서 결론이 뭔데?”
“전에 당신이 나에게 다른 요구를 해도 된다고 말했었지?”
최도경의 검은 눈동자가 더욱 깊어졌다.
“흐음, 드디어 결정된 거야?”
“어.”
하예원은 남자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응시하며 말했다.
“내가 과거에 잘못한 일들이 많다는 걸 알아. 설령 내가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그건 되돌릴 수도 피할 수도 없겠지... 하지만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니 돌이킬 수 없잖아.”
“당신이 날 몹시 싫어한다는 걸 알아.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3년이나 부부로 지냈고 아무리 날 싫어한다고 해도 당신은 내가 죽기를 바라지는 않았잖아...”
하예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최도경이 말을 잘랐다.
“당신이 죽기를 바라지 않았다고?”
그는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며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죽지 않아 내가 엄청 실망했다고 한 사람이 누구였지? 당신이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기를 바라는 사람이 나라고 말한 사람은 또 누구고?”
하예원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때는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정신이 온전치 못했어. 당신에 대한 오해가 있어서, 그런 모진 말을 했던 거야.”
“모진 말?”
최도경은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한 눈빛으로 의미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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