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밤 9시, 최도경이 다시 돌아왔다.
그는 노트북과 몇 가지 세면도구를 챙겨 왔다.
하예원은 책을 읽고 있었는데 남자가 들어오자 무심하게 물었다.
“윤희설 씨 다리는 괜찮대요?”
“뼈에는 이상이 없고 며칠 후면 퇴원할 수 있대.”
하예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더 이상 묻지 않고 계속 책을 읽었다.
최도경은 하예원의 손에 들린 책을 흘끗 보고는 심연처럼 검은 눈동자를 어둡게 빛냈다.
“무슨 책을 보고 있는 거야?”
“의상 디자인 관련 서적이야.”
하예원은 페이지를 넘기며 말했다.
“서연이가 그러는데 내가 사고 전에 막 개인 작업실을 열었다고 하더라고. 퇴원하면 계속 일을 해야 하니 예전에 하던 일을 먼저 익혀두려고.”
“그런 것까진 기억해?”
하예원은 그의 질문이 어딘가 모르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난 기억을 잃었을 뿐이지 지능을 잃은 건 아니야. 기억은 잠시 잊었지만 배웠던 기술은 아직 잊지 않았어.”
마치 사람이 기억을 잃어도 밥을 먹거나 물을 마시고 옷을 갈아입는 것과 같은 생활 기술은 기억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예원은 남자의 잘생기고 냉철한 얼굴을 바라보며 눈빛을 살짝 빛냈다.
“내가 기억을 잃고 나니까... 그렇게까지 싫지는 않지?”
적어도 뻔뻔스럽게 그에게 매달리거나 죽어라 이혼을 거부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최도경은 무심하게 몇 글자를 내뱉었다.
“강산은 변해도 본성은 변하지 않는 법이야.”
기억을 잃었다고 사람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많은 것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녀의 성격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최도경은 병실에 있는 다른 빈 침대를 정리했다.
하예원은 약간 볼멘소리로 그의 말에 반박했다.
“하지만 난 내가 예전보다 훨씬 사랑스러워졌다고 생각하는데.”
하예원의 말을 듣는 순간, 최도경의 움직임이 멈칫했다.
“누가 그래.”
“서연이가 그랬어.”
하예원은 우뚝 솟은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서연이 말로는 내가 기억을 잃은 후 성격이 훨씬 밝아지고 긍정적으로 변해서 지금의 나를 더 좋아한다고 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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