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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뒤쪽 포켓을 한참이나 뒤진 최도경은 이내 손을 거두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없어.” 전한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말도 안 돼요!” ‘분명히 뒤쪽 포켓에 넣었는데... 어떻게 없을 수가 있지? 가방 안 물건이 쏟아졌을 때는 운 좋게 팔찌가 튀어나오지 않았다고 해도... 분명 안에 있어야 할 텐데...’ 전한별은 최도경의 손에서 가방을 낚아채더니 거의 찢어버릴 듯한 기세로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이 잡듯 뒤져도 팔찌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그럴 리 없어...” 전한별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없을 수가 있지?” 전한별은 순간 고개를 번쩍 들더니 핏발 선 두 눈으로 하예원을 노려봤다. “팔찌를 숨긴 거죠? 그래. 분명 몸에 숨겼을 거예요. 맞죠?” 하예원은 싸늘하게 웃었다. “이제 제 몸까지 수색하시겠다는 건가요? 혹시 거기서도 못 찾으면 제 집까지 쫓아와서 뒤져보시겠다는 건 아니죠?” 조금 전까지 처량한 표정을 짓던 전한별은 날 선 눈빛으로 하예원을 향해 소리쳤다. “팔찌 가져간 거 맞잖아요! 절대 틀릴 리 없어요! 분명 당신 몸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요!” 연회장에서 내려온 이후로 전한별은 줄곧 하예원을 주시하고 있었다. 하예원이 다른 데로 가지 않았다는 것도 가방에서 뭘 꺼내 숨기지 않았다는 것도 진한별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가방에 있던 팔찌는 하예원의 몸 어딘가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설마... 조금 전에 가방을 빼앗을 때 몸 어딘가로 옮긴 건가?’ 하예원은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전한별 씨, 조금 전엔 그렇게 말씀하셨죠. 만약 팔찌가 제 가방 안에 없다면 사과하겠다고요. 그리고 제가 원하는 건 뭐든 들어주시겠다 하셨죠. 또한 여기 있는 모두가 함께 사과하겠다고 하셨어요. 이제 팔찌가 제 가방 안에 없다는 게 증명됐는데도 약속을 어기실 생각은 아니겠죠?” 주변은 일순 정적에 휩싸였다. 아까까지 하예원을 조롱하던 사람들조차 입도 떼지 못하고 숨을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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