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화
오랫동안 최도경과 지낸 경험이 있는 하예원은 남편이 무슨 생각하는지 훤히 알고 있었다.
하예원은 웃으면서 보온 도시락 주머니에서 작은 케이크 조각을 꺼냈다.
“이게 내 점심이야.”
손바닥보다도 작은 케이크를 보자 최도경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제 점심도 못 사 먹을 정도로 가난해진 거야?”
“아침에 좀 많이 먹었거든. 점심은 가볍게 먹으려고.”
하예원은 포장을 뜯으며 말했다.
“저녁에 일찍 배고플 것 같으니까 오늘은 일찍 퇴근해. 우리 빨리 밥 먹자.”
최도경은 하예원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네 속셈이었어?”
“맞아.”
하예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쿨하게 인정했다.
“너도 아까 몸이 망가진 여자는 싫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일찍 돌아와 같이 밥 먹자. 너도 건강하고 나도 건강해야 윈윈이잖아, 안 그래?”
“하예원, 네 몸이 망가지면 난 다른 여자를 찾으면 돼.”
하예원은 작은 포크로 케이크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웅얼거렸다.
“근데 내가 이혼하지 않으면 너도 다른 여자를 못 만나잖아.”
“하예원, 너 전에는 이혼할 때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하지 않았어?”
“너도 전에 이혼하지 않는다고 해놓고 금방 말 바꿨잖아... 나도 너한테 배운 거야.”
최도경은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하예원, 이젠 막무가내로 나오겠다는 거야?”
“난 약속을 지키는 중이야.”
하예원은 최도경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3개월 계약이 아직 안 끝났잖아. 내가 지금 하는 행동은 전부 합리적인 범위 안이야. 오히려 네가 문제를 일으키는 거야. 그룹 대표란 사람이 말이나 바꾸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고 해?”
최도경은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아 보였다.
똑똑.
바로 그때,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최도경이 짧게 대답했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자 날씬한 실루엣이 안으로 들어왔다.
“도경아, 아직 점심 안 먹었지? 네가 좋아하는 반찬들 좀 해봤어...”
얘기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여자는 소파에 앉아 있는 하예원을 보고 표정이 굳어버렸다.
“하예원 씨도 계셨네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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