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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서은수는 산꼭대기에 있는 번지점프대에 끌려갔다. 거의 백 미터 높이의 낭떠러지 위, 발밑은 까마득한 절벽이었다. 서은수는 그 위에 서자마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고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구도운과 구도영의 표정은 여전히 싸늘했다. 두 사람은 안전장치를 받아 그녀에게 직접 채워주고 강제로 점프대 가장자리로 데려갔다. 서은수는 발밑의 깊은 심연을 바라보며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귓가에는 오직 터질 것 같은 자신의 심장 소리만 울려 퍼졌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운아, 나 고소공포증인 거 알잖아...” “알지.” 구도운은 그녀를 쏘아보며 조금의 동요도 없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네가 먼저 승아를 밀어서 떨어뜨리려 했으니 똑같이 번지점프의 공포를 느껴봐야지!” “은수야, 이건 네가 받아야 할 벌이야. 우리 집안 며느리가 되려면 심보가 사악해선 절대 안 돼. 오늘 일은 너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고 만약 네가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우리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될 거야.” 구도영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짙은 눈빛으로 변했다. “괜찮아. 죽진 않아.” 두 사람은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를 아래로 밀어버렸다... 극심한 무중력감이 엄습해오자 서은수의 심장은 몇 초 동안 멈췄고 가슴은 찢어질 듯 아팠다. 극도의 공포에 질린 그녀는 소리조차 지르지 못했다. 오직 부서질 듯한 흐느낌과 생리적인 눈물만이 높은 하늘의 강풍에 흩날릴 뿐이었다... 그녀의 눈에는 오직 죽음과 같은 정적 그리고 절망만이 가득 찼다. 서은수는 절벽에 거꾸로 매달린 채 30분을 보냈다. 호흡 곤란으로 의식이 희미해질 무렵, 겨우 끌어 올려졌다. 그녀는 바닥에 쓰러져 온 힘을 다해 호흡하며 저산소증으로 인한 마비감을 해소하려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한 직원이 다가왔다. “손님, 구 대표님께서 가기 전에 말씀하셨습니다. 열 번을 더 뛰어야 여기서 나가실 수 있다고요.” 서은수는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다시 아래로 밀려 내려갔다. 한 번, 두 번, 세 번... 매번 그녀는 절벽에 거꾸로 매달린 채 30분을 보내야 했다. 짧은 휴식은 육체의 저산소증을 해결해주지 못했고 의식이 점점 흐려져 갈 무렵, 열 번의 처벌이 겨우 끝났다.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번지점프대 꼭대기의 강렬한 백색 조명이 서은수의 마지막 의식을 간신히 붙잡고 있었다. 현장에는 한 명의 직원만 남아 있었다. 그가 서은수의 안전 로프를 풀고 몸을 돌리려는 찰나, 서은수가 바짓가랑이를 꽉 붙잡았다. “저... 병원에 보내주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바람 속의 꺼져가는 촛불처럼 미약했다. 하지만 이로써 그녀는 모든 힘을 소진했다. 한편 직원은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서은수 씨. 대표님이 누구도 돕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여기는 구씨 가문의 관광지이고 저는 이 일로 직장을 잃고 싶지 않아요.” 직원은 떠나갔다. 백색 형광등의 강렬한 빛은 눈을 시리게 했고 서은수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힘겹게 몸을 일으켜 산에서 내려갔다. 반쯤 내려갔을 때, 그녀는 다행히 친절한 하산객들을 만나 그들의 도움으로 시내로 돌아갈 수 있었다. 서은수는 별장으로 가지 않고 병원으로 향했다. 손전등을 들고 병실 건물 아래 잔디밭에서 목걸이를 찾기 시작했다. 덤불 속의 나뭇가지들이 그녀의 살갗을 긁었고 모기에 물려서 온몸에 붓기가 생겼지만 서은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그녀는 한 치의 틈도 없이 꼼꼼하게 찾아다녔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점점 초조해졌고 눈물이 충혈된 두 눈동자에서 글썽거렸다. 이때 갑자기 등 뒤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거기 누구야? 여기서 뭐 해?” 다름 아닌 병원 경비원이었다. 경비원의 도움으로 서은수는 잔디밭을 관리하는 청소부와 만날 수 있었다. “확실히 목걸이 하나가 있었는데 아무도 안 찾는 것 같아서 쓰레기통에 버렸어요.” 서은수가 다급하게 물었다. “어느 쓰레기통에 버렸는데요??” 청소부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다 치워서 쓰레기 매립장으로 갔을 텐데. 지금 찾으려 해도 아마 힘들 거예요.” 서은수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어느 쓰레기 매립장이요? 그 목걸이는 저에게 정말 소중해요. 꼭 찾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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